정부, 지난해 빌린 '한은 마통' 최대…"이자만 1506억"
정부, 지난해 빌린 '한은 마통' 최대…"이자만 1506억"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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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은행 대정부 일시대출금 117조6000억원 기록
경기 침체·부동산 부진 영향...코로나19 때보다 15조원 많아
한국은행. 사진=정석규 기자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정부가 지난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려쓴 돈이 117조원에 달하고 지급한 이자는 150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대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총 11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시대출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2020년 대출액(102조9130억원)을 넘어섰다. 대출금이 늘면서 정부가 지급한 일시대출금 이자액은 지난해 1506억원에 이른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으로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의 한국은행 일시대출금 잔액은 4조원으로 집계됐다. 다 갚지 못하고 다음해로 넘어간 연말 잔액도 2012년 말(5조1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연도별 대정부 일시대출금 내역. 이미지=양경숙 의원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금에도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매년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50조원까지였다.

회계 계정별로 상환 기한도 정해져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잔액은 4조원으로 집계됐다. 다 갚지 못하고 다음해로 넘어간 연말 잔액도 2012년 말(5조1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지난해 말 빌린 4조원의 경우 통합계정으로 분류돼 있어 오는 20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3일 4조원을 모두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양경숙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 감세 등에 따른 감세효과가 올해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묻지마 감세'를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수부족이 더 심각해질 경우 국가재정 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도 한국은행의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상환기한. 이미지=한국은행

한은의 단기 차입은 시중 통화량 변동을 야기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단기 차입은 통상 정부의 ‘최후의 수단’으로 불린다.

또한 일시 차입은 국채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정부가 재량권으로 활용할 우려도 크다.

정부의 남용 방지를 위해 '한국은행의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조건'에는 '정부는 일시적인 부족자금을 국고금 관리법 에 따라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렸다.

이에 비해 재정증권 발행은 민간 자금이 정부로 이전됐다가 다시 민간에 돌아오는 성격으로 시중 통화량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양 의원은 "정부가 100조 넘게 한은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대규모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 없이 감세 기조를 이어갈 경우 더 큰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의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통화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한은 일시차입금 사용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일시차입금 제도는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때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적으로 빌려 기조적인 상태가 되면 문제가 있다"면서도 "한은으로서는 세수가 한 달 뒤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 쓰겠다고 하면 일시대출금 사용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답변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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