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백내장 실손 문제, 개선안 나올까
[2023 국감] 백내장 실손 문제, 개선안 나올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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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수술 VS 보험료 먹튀"...보험사·가입자 간 의견 팽팽
금감원 "고령층·단초점렌즈 경우엔 심사 최소화하도록 할 것"
백내장 실손보험 처리를 두고 보험사와 가입자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감원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백내장 실손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금감원이 연내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감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보험업계에 배포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2달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판단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7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관련 사안을 언급하며 “누가 보더라도 지급돼야 할 건은 우선 지급하자고 정리해서 연내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고령자 진료, 상급진료 수술 등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심사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 중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인 단초점 렌즈도 심사 완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져 불편함을 느끼고 앞을 잘 보지 못하게 되는 질병이다. 다만 백내장의 정도를 판단하는 데는 주관적인 면이 크고, 어디까지 수술이 필요한 백내장인지 아닌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분쟁이 이어져왔다.

과거에는 수정체를 빼내고 삽입하는 인공렌즈가 단초점렌즈이기에 백내장 수술 후에는 시력이 나빠지고 노안이 온 것과 같은 상태가 심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다초점렌즈를 사용하게 되면서 시력이 나빠지지 않게 됐다

실손보험 비급여 청구 항목 변화표. 사진=보험연구원

문제는 비용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단초점 렌즈는 수술비용이 20만~30만원대인 반면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렌즈는 의료기관별로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비싸게는 1000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도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몇몇 병원들이 백내장수술을 받아 수정체 대신 다초점 렌즈를 끼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식으로 홍보를 했고, 최대 140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용에도 실비보험 처리가 돼 백내장 수술이 늘어났다. 이에 지난 2016년 780억원 정도였던 실손보험금 청구가 5년 만에 1조원에 다다르는 등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불필요한 치료가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재검토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실손보험 심사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일부 의료기관의 백내장 과잉 진료 등으로 손해율이 높아졌다며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한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대법원의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로 최대 보험금 지급 한도가 1500만~2000만원에서 회당 25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손보사들은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손보사들의 적자는 1조원 이상 줄었고, 실손보험 손해율도 104.8%로 전년 대비 12.4%p 감소했다.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 연도별 추이. 사진=보험연구원

또 하나 백내장 실손보험금 갈등의 쟁점은 입원치료 여부다.

실손보험의 경우 통원치료비는 20~30만원인 반면 입원치료비는 5000만원까지 지급돼 입원 여부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기 떄문이다. 

보험사가 지난 2022년 심리불속행 판결을 근거로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라고 주장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치료가 인정된 판결이 쏟아져 나오면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소액 통원보험금만 지급하는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A보험회사가 가입자 25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방환소송 항소심에서 21명에 대한 보험 가입자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보험회사의 실손보험을 가입한 이들 환자는 백내장 및 수정체 수술, 수정체 유화술,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고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보험사는 ‘실손의료비 질병입원’ 항목으로 각 가입자들에게 700~800만원의 보험금을 이미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에 해당할 뿐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술에 수반되는 절차에 불법행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실제 입원 필요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가입자들이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현장국감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백내장 관련 민원건수가 지난해 4874건, 올해 상반기 1084건에 달하고, 의료자문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공정성 담보를 위한 대대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를 잠재적 사기꾼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정숙 의원도 “보험사들이 ‘자기 배불리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국민제안을 받아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 재정비를 정책과제로 논의하고 있었다”며 “고령층, 단초점 렌즈 등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심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필요성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보험사와 가입자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과잉 진료와 실손보험금 누수,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심사가 강화된 측면이 있었다"며 “비급여 항목과 관련한 일부 병원의 과도한 수익화를 막을 수 있는 선에서 심사 완화 대상이 정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백내장수술의 다초점렌즈 등 비급여 항목의 원가정보 조사·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제고하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비급여 가격·사용량의 가이드라인 마련은 필요하다"며 "비정상적인 비급여진료 방지 및 대응을 위해 민관 협의채널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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