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된다는 '단통법'…소비자 효용은 '미지수'
폐지된다는 '단통법'…소비자 효용은 '미지수'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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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요금제에 쏠릴 듯…·중저가 요금제는 여전히 '선택약정'
고령층 등 정보약자의 정보 비대칭 차별 문제도 과제로 남아
정부는 지난 22일 민생토론회를 열고 통신사 및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 촉진과 저렴한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 기회 제공을 위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소재 휴대전화 매장에 붙어있는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고 시장경쟁 촉진과 소비자의 보다 저렴한 휴대전화 구매를 유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시행 10년 차를 맞은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지원금 경쟁 속에 고령층 등의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법 판매장려금 성행과 소비자 차별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30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기조와 함께 10년 만에 단통법을 폐지하고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생활 규제 개혁 방안 공개로 단통법 폐지가 공론화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민생토론회를 열고 통신사 및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 촉진과 저렴한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 기회 제공을 위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며 힘을 싣었다.

이어 지난 25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에서 "최근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발표한 바 있는데 앞으로도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영업 담당 임원을 불러 이동통신사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망 추가지원금 상한 등 단통법 전면 폐지에 대한 의견 청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휴대폰 유통망 보조금 경쟁 예고와 함께 이른바 '성지'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절차상 단통법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공시지원금과 추가보조금 확대를 통한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가격 인하에도 촛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기조에 맞춰 삼성전자의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제조사·이동통신사의 판매장려금도 확대될 전망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24 시리즈의 경우 ▲SK텔레콤 9만9000원 ▲KT 10만원 ▲LG유플러스 10만5000원 요금제 기준 공시지원금에 추가지원금을 더한 최대 지원금은 각각 ▲SK텔레콤 18만원대 ▲KT 21만원대 ▲LG유플러스 21만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단통법 시행 전인 10년 전과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통신사가 마케팅비를 대거 투입할지는 미지수다. 통신사 이익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비용 통제를 위해 마케팅비를 낮췄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선택약정(지원금에 상응하는 25%요금할인)이 없어서 별도로 요금을 할인해 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단통법을 폐지해도 선택약정은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앞으로도 요금 할인이 계속될 전망이다. 단말기 제조사도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아있는 상황이라 출혈 경쟁을 할 이유가 줄었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 낙관하기 힘든 셈이다.

일단 휴대폰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어 200만원 이상으로까지 올라가 단통법이 폐지된다 해도 과거처럼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같은 60만원의 보조금이라도 100만원 안팎의 휴대폰은 실구매가가 40만원으로 떨어지지만 200만원 휴대폰은 여전히 100만원이 넘는 140만원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계속해서 낮은 가격대 요금제 출시를 독려하면서 요금제 하향화가 진행되고 있어 전략적으로 고가 요금제 가입자 중심으로 보조금을 싣는 쏠림 현상이 확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히려 보조금 혜택을 받는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

아울러 모든 요금제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불리해질 수 있다. 현재는 구형폰에 지원금을 대거 책정할 경우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도 높은 수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보가 부족한 이들이나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은 이들은 선택약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라도 통신사가 지원금을 주는 때가 아니면 많은 수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 격차에 따른 구매자 차별에 대한 대책 마련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기조에 따른 정부의 단통법 폐지 자체의 중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지원금 문제는 (순수한 의미의) 시장경쟁과는 다른 차원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한 정보 획득과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 대한 정보 격차와 이에 따른 소비자 차별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호갱(호구 고객)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단통법 폐지로 경쟁선이 무너지면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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