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밸류 중시한 'K-프리미엄 지수' 도입 검토
정부, 기업 밸류 중시한 'K-프리미엄 지수' 도입 검토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2.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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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기업가치 제고노력 일환...법개정 없는 조속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이달 중 세부방안 발표...低 PBR 기업 이외 ROE·PER·배당수익률 등 종합 고려
日 ‘JPX 프라임 150’ 등 밸류업 지수 효과 주목..."기관투자가 유도로 성과 내"
한국거래소.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노력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일명 '코리아 프리미언 지수'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핵심 금융 정책인 저평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동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방안을 내놓는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하는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중시되도록 하기 위해 시가총액 업종별 주요 투자지표 공시부터와 더불어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가칭)' 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감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더불어 10개 국내외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KB·DB·대신·신영·모건스탠리·JP모건) 대표들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증시 수요기반 유지·확충을 위한 세제개편과 함께, 소액주주 권익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자사주 제도개선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일 기준 저 PBR 기업 순위표  이미지=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 캡쳐

우선 상장사 스스로 주가 부양의 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핵심 투자지표를 공시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업종별로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수익비율(PER)·배당수익률 등을 공시한다.

주주환원 계획 관련 예측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했다.

또한 한국거래소는 각종 지표 공시 체계를 만드는 동시에 지수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며, 한국거래소가 개발 중인 신규 지수에 대한 컨셉이 함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가칭)의 컨셉을 정하는 단계인 만큼 향후 개발 과정에서 상장사 및 투자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만큼 실제 지수 발표까지는 추가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수의 구성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을 어떤 지표로 삼을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시장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PBR 등 핵심 투자지표가 그 기준이 될 수도 있고 주주가치를 표현하는 다른 지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운데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지수’ 개발에 우선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은 이 정책이 법 개정 없이도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저PBR지수를 만들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선보이면 짧은 기간에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과 외국인투자가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본시장 지원 방안에서 이사 책임 강화, 주주총회 내실화 등은 상법 개정이 필요하고 배당 절차 개선 등은 자본시장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 총선 전까지 단기간에 추진할 수 없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당국과 거래소는 지수를 PBR 중심으로 개발하되 자기자본이익률(ROE)·주주환원율 등 다른 지표도 적절하게 반영하기로 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과 비교한 지표다. 기업이 내는 이익이 보유 자본에 비해 얼마나 많고 적은지 판단하는 데 쓴다. 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ROE가 높아 이익을 꾸준히 내는 기업일수록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자본 규모를 줄여 PBR을 높일 수 있다.

당국은 주주 환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충족하면서도 ETF 출시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투자 매력이 높아야 한다는 점을 지수 개발의 핵심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네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실제로 당국이 저PBR지수의 참고 사례로 활용한 일본거래소그룹(JPX)의 저평가 우량주 지수인 ‘JPX프라임150’도 기관투자가들의 벤치마크 활용에 힘입어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봤다. JPX는 지난해 자기자본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낸 기업과 PBR 1배를 초과하는 기업에 가중치를 부여한 JPX프라임150지수를 발표한 바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 지수는 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일본 기업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고안됐다. 지난해 7월 JPX 프라임 150이 개발되자 지난 1월 이를 추종하는 ETF가 시장에 나왔다.

특히 일본의 주요 공적연금 자산을 관리 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이 닛케이400지수와 관련 ETF를 패시브 투자 벤치마크로 사용했다. GPIF는 한국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ETF 매입에 나섰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정부가 JPX프라임150지수를 개발해 상품화하고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로 활용하도록 한 덕분에 상장사들도 ROE 제고 노력에 힘쓰게 됐다”며 “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증시 부양 효과를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지수 개발은 기관 참여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인 종목들의 주가가 오랜만에 우상향을 그리기도 하면서, 시장도 이러한 정책 방향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저평가 종목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과 직결될 수 있는 한국거래소의 신규 개발 지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PBR이 낮아 주가가 저평가됐던 은행·증권·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주가도 최근 덩달아 급등세를 보였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밸류업 도입 계획 발표 이후 보험(21.1%), 상사·자본재(13.9%), 증권(13.9%), 자동차(12.8%), 은행(10.1%) 업종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2.9%)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이 주가를 부양했던 성공 모델이 있기 때문에 과거 정권보다는 실효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자본시장 큰손들이 해당 지수를 추종해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며 “연기금이 움직일 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잔단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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