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에 힘주는 기업들...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에 힘주는 기업들...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2.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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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현물배당 발표한 76개 기업 배당 총액 전년比 9.3% ↑
실적 좋은 기업 중심 배당 확대...“밸류업 도입 전 선제 대응”
21개 상장사, 자사주 3.3조원 소각...SK이노 등 첫 소각 결정
기업들이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지된 코스피(KOSPI) 지수.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국내 상장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정부가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결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달 중 세부 방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발표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이달 8일까지 현금·현물배당을 발표한 76개 기업의 배당액을 조사한 결과 배당 총액이 28조4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9.3%(2조4306억원) 늘었다.

이는 최근 공시한 결산배당 외에 분기·중간배당이 있었던 경우 이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76개 기업 중 45개사는 전년보다 배당액이 증가했고 12개 기업은 동일한 금액을, 19개사는 전년 대비 감소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금 증액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하나투어 ▲LS마린솔루션 ▲SK가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상장 기업들이 실적 호조를 반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현대차는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 금액인 보통주 기준 주당 84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2023년 연간 배당 규모는 전년보다 1조1683억원 늘어난 2조9986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도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책정했으며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한다. 결산배당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시가배당률은 각각 4.6%, 6.4%다.

지난해 해외여행 증가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하나투어도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실적 저조로  3년간 배당이 없었으나 이번에 특별배당 차원에서 순이익(607억원)보다 많은 774억원을 배당금 총액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덕분에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7.79%에 이른다.

하나투어는 작년 말 임시주주총회서 자본준비금 1400억원을 이익 잉여금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 중 일부를 배당금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LS마린솔루션은 작년 결산배당으로 역대 최대인 주당 160원, 약 40억원의 총배당금을 의결했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의 30원 대비 약 5.3배 수준이다.

회사 측은 호실적을 고려해 주주 친화적인 환원 정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LS마린솔루션의 작년 매출은 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흑자 전환했다.

SK가스는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8000원으로 결정했다. 전년의 주당 6500원보다 1500원 늘린 금액으로 시가배당률은 5.3%로 집계됐다.

연도별 자사주 소각 규모 추이. 이미지=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도별 자사주 소각 규모 추이. 이미지=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발표도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올해 확정된 자사주 소각 규모는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1개 상장사가 모두 3조 3148억원 규모의 주식 소각을 결정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 중에서도 효과가 뛰어난 카드로 꼽힌다.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7936억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767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1000억원어치 넘게 소각하는 기업이 9곳에 이른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 약 85만주와 추가 매입한 자사주 59만주를 전량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약 7.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DL이앤씨는 보유 중인 보통주 자사주 293만9077주를 소각하기로 이달 초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는 발행된 전체 보통주의 7.6%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혀 왔던 금융지주사들도 지난해부터 분기 배당으로 전환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한다.

특히 지난해 행동주의펀드들의 배당 요구가 거세지면서 금융사들은 총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고 보통주 자본(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주주환원 배경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이번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방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도 “국내 기업의 경우-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에 소극적이며 자기주식을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간담회를 개최하고 상장법인의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 제고, 자사주 취득·보유·처분 전 과정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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