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더니 '공매도 금지'…투자자들은 '반등 기대'
출근했더니 '공매도 금지'…투자자들은 '반등 기대'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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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금지..."상환기간·담보 비율 검토할 것"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 일제히 상승…"수급 개선·숏 커버링 유입 가능성"
코스닥, 3년5개월 만에 '사이드카' 발동..."2020년 3월 당시와 같은 흐름"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 당시와 같은 지수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차트는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반등한 코스피(KOSPI) 지수. 이미지=한국거래소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정부가 주말에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발표한 뒤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여파를 주시하면서도 3년 전 공매도 금지 시기와 같은 반등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브리핑을 열고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금지 이유에 대해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이고 외국 주요 IB들의 관행적인 불공정 거래, 계속되는 자본시장에서의 공정한 가격 형성, 거래 질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금지한 것이다"며 "내년 6월에 가서 상황이 얼마나 개선될지 여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을뿐더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 종목에 신규 공매도 진입이 막힌다. 공매도 투자자는 기존에 보유한 공매도 포지션의 청산만 할 수 있다. 다만 과거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 공매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고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현 공매도 제도가 개인과 기관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공매도 한시적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금융위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기관들의 '공매도 놀이터'가 됐다는 개인투자자들과 국회의 지적에도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충분한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고 중요한 나라에서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담보 비율 차이에 대한 지적에도 "기관 투자자들은 공매도 거래방식이 개인과 달라 실제 담보 비율은 140%까지 넘어가는데 개인보다 기관이 유리하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금융당국의 입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 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으며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보지 않는 공정한 자산시장이 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 현황. 이미지=뉴시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지속적인 강세장을 점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 동결에 이은 공매도 금지는 지난 2020년 3월과 같은 대규모 코스피 상승을 불러오리라 전망하는 것이다. 

앞선 2020년 3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1439.43(3월 19일)까지 내려가던 코스피는 반 년 만에 2450.53(9월 16일)까지 급등했다. 

급상승한 지수에 힘입어 당시 공매도 잔고 상위권을 독식해왔던 상당수 종목들은 양호한 수익률을 거둔 바 있다.

투자자들의 예상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6일 거래 시작과 함께 코스닥지수는 급등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 당시 코스닥150 선물지수는 전장 대비 6.0%, 현물지수는 7.3% 상승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5.66% 급등한 2502.37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7112억원, 기관투자자는 205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 민 모씨(33)는 "미국 금리도 더 안 오를 거 같은데 공매도까지 금지됐으니 3년 전 3월과 같은 흐름이다"며 "내실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면 안전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이다"고 의견을 표했다.

증권가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주가가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의 경우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혜는 물론 숏커버링(Short Covering)을 통한 주가 상승도 기대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투자자는 기존에 보유한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차전지주 등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들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자전지 테마로 유명한 6일 오전 11시 기준 에코프로비엠은 26.52% 오른 29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에코프로 주가는 29.98%가 급등해 상한가인 82만8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종목 측면에선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인해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수혜는 분명할 것"이라면서 "코스피200 헬스케어 지수,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 평균 대비로도 높은 공매도 잔고 비율을 기록 중인 기업들, 공매도 금지기간인 내년 6월까지 유의미한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 반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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