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약발 안 먹히네"…세금 없애면 투자자 돌아올까
"공매도 약발 안 먹히네"…세금 없애면 투자자 돌아올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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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2주 만에 거래소 다시 찾아 '상생 금융' 강조
금투세 폐지 추진…증권거래세, 2025년 0.15%까지 인하

ISA 확대 및 상법 개정 약속..."규제, 과감히 혁파할 것"
한미 금리차 여전..."美 금리 안내리면 정책 효과 의문"
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지난해 공매도 제한에도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증시 상승을 위해 특약 처방에 나섰다.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 카드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로 고액자산가의 자본시장 세금 부담을 줄여 국내 주식 투자를 유도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가입 허용과 ISA 혜택 확대를 통해 개인 투자자 자산형성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2.47% 떨어진 2435.90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 2.34% 내린 데 이어 사실상 10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이다. 지난 15일 한 차례 상승하긴 했지만 오름폭은 0.04%에 그쳤다. 이는 공매도 전면 금지의 후폭풍이 불던 지난해 11월 14일(2433.25)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발표한 뒤에 나타난 반등세도 그대로 반납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브리핑을 열고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을뿐더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는 이유였다.

이 조치에 따라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 종목에 신규 공매도 진입이 막히고 공매도 투자자는 기존에 보유한 공매도 포지션의 청산만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과거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 공매도는 금지하지 않았다.

일별 코스피(KOSPI) 지수 차트. 이미지=한국거래소

이후 코스피 지수는 2600선을 돌파하며 조금씩 반등을 이어갔지만 올해 들어 연초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웃 일본 증시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수준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고 G20 주요국 대표지수와 비교해도 같은 기간 코스피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국내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듦과 함께 "대한민국은 주적"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경한 발언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되며 하방 압력을 더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코스피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세와 자산형성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네 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ISA의 가입 대상과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편중된 국내 투자 시장을 주식과 채권 등으로 분산하고 고액자산가의 투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ISA의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가입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올 초 한국거래소를 찾을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 대폭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ISA 육성안을 꺼낸 바 있다.

지난 2일 증시개장식 참석 후 불과 2주 만에 한국거래소를 다시 찾은 윤 대통령은 "자본시장 도약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세제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증시를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의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위한 정책 방안. 이미지=뉴시스

이에 맞춰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위한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도약을 통해 국민 자산형성을 돕고 민생금융을 강화해 고금리 부담을 경감시키는 한편 상생금융으로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는 안이 골자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윤 대통령과 참석자에게 밝힌 2024년 업무보고 내용은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지원 ▲민생금융으로 고금리 부담 경감 ▲상생금융으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올해 업무보고는 자본시장 정책이 눈에 띈다. 금융위의 정책 방향이 은행 중심이었으나 올해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업무보고 장소도 한국거래소다.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요 정책은 금투세 폐지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ISA 가입 허용이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매매로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이익·손실 합산)을 거두면 그 초과분에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원래 금투세는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늦어도 2월까지 관련 법안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4월 예정된 총선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지적에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2월까지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기획재정위원회가 열리면 필요성을 설명하고 상임위에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 혜택은 15만명에 국한된다. 이는 전체 주식 투자자(1400만명)의 약 1% 수준이다. 금투세 논의 당시 기재부는 자본소득 과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투세 폐지로 입장을 돌연 바꾼 것에 대해 정 실장은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과세 제도를 적절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눈에 띄는 정책은 '국내투자형 ISA 도입'이다. 기존 ISA 계좌와 달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도 ISA 가입을 열어주기로 했다. 고액자산가의 투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따라서 국내투자형 ISA는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펀드에 투자토록 설계될 예정이다.

ISA 계좌는 2016년 금융위가 처음 설계한 상품이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추진하면서 ISA와 유사한 'NISA' 상품의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예금 위주의 금융 자산을 ISA를 통해 투자 자산으로 유도하는 게 정책 목표다. 최근 일본 증시가 부활한 배경에 'NISA' 비과세 확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는 기존 ISA 계좌 혜택도 확대했다. 고액자산가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면서 일반 투자자의 자산형성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ISA 계좌의 납입 한도가 연 2000만원(총 1억원)에서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늘어난다. 비과세 한도 역시 200만원(서민·농어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형 1000만원)으로 확대된다.

특히 서민과 농어민은 ISA 계좌를 통해 얻은 이자·배당 소득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납입 한도 4000만원을 채울 경우 이자배당수익률이 4%라 가정하면 연간 160만원의 이자배당 소득이 발생한다. 3년간 여섯 번의 이자배당 소득을 합산하면 총 960만원으로 전액 비과세 대상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투세 폐지, 국내주식형 ISA 도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고 자산형성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8차례 연속 동결한 이후 한미 금리 격차 그래프. 이미지=뉴시스

주식 투자자들은 정부의 투자자 친화적 금융정책을 반기면서도 국내 증시 상승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2%p에 이르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여전한 만큼 정부의 각종 혜택이 외국인투자자들의 귀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9055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711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개인이 각각 8522억원과 1736억원 사자우위를 보였지만 지수 하락을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대형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 비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변심의 이유는 디스인플레 베팅 되돌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새해 벽두부터 경제지표와 거시경제 지표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되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5년째 주식투자를 계속하는 김 모씨(35)는 "한미금리 역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까지 코스피에 극적인 반등을 바라기는 어렵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 주식과 미 증시 관련 ETF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민 모씨(34)는 "코스피는 믿을 게 못 되지만 나스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법칙을 깬 적이 없다"며 "국내 투자자들도 지지부진한 국장에 매력을 못 느끼는데 외국인들이 이제와서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코스피에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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