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선안' 둘러싼 잡음에 금융기관 해명 나서
'공매도 개선안' 둘러싼 잡음에 금융기관 해명 나서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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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예탁원·금투협,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해명자료 배포
"대차 담보 비율 인상 시 국내 기관투자자 외국인보다 불리해"
무차입 공매도 예방시스템 구축..."기관투자자가 잔고 전산관리"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협회가 지난 2021년 운행한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 세 기관이 한 목소리로 과도한 공매도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설명자료를 내고 공매도 대차 거래 연장을 금지할 경우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의 대주 서비스가 현행보다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간 개인투자자 단체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책이 미온적이며 여전히 기관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의 대차거래 연장을 금지하고 상환기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세 기관은 대차거래 연장 제한 시 개인투자자의 대주 서비스도 현행보다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위해 제공되는 대주 물량은 증권금융이 대차 등을 통해 빌린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상태에서 대차거래의 연장을 제한하면 증권금융이 대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주식을 차입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해 대주 서비스에 대해서도 현행 '90일+연장'안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공매도 외 증권거래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차거래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며 전체 대차거래에서 공매도 목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에 불과하다. 대차거래가 곧 공매도는 아니니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주식 대차 규모는 78조원이나 국내 공매도 잔고 금액은 16조원이었다. 대차 상환기간 연장을 제한할 경우, 공매도와 무관한 약 62조원 규모의 대차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할 수 있다.

예컨대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을 위한 대차거래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상환기간마다 대차 상환 후 재 대차 과정에서 ETF의 원활한 거래가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또한 통상 기관은 차입 목적에 따라 대차로 빌린 주식을 구분·관리하지 않고 있어 상환기간 제한을 위해 '공매도 목적 주식 대차'를 구분 관리하기도 어렵다.

공매도 상환기간 및 담보비율 개선안. 이미지=금융투자협회

공매도를 지나치게 규제할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와 한국경제가 괴리된다는 점도 금융기관의 신중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국제대차거래 표준계약서에 따라 국제적으로 유사한 조건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상환기간이나 연장에 대한 제한이 없고 대신 중도상환의무(리콜)를 두고 있다. 대만만 18개월 수준으로 제한한다.

유관기관들은 대차 담보 비율을 현행 대주 담보 비율 수준인 120%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또한 공매도 외 증권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담보 비율은 담보 할인 평가 등과 관련해 주식 대차뿐만 아니라 131조원 규모의 채권 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담보 부담은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 전반의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외국인 투자자보다 불리해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매도 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경우 대차거래가 통상 역외에서 이루어져 담보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국내 법률로 담보 비율을 정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예탁원이 글로벌 관행에 따라 담보 비율을 105%로 적용하고 있는데,  예탁원의 담보 비율만 인상할 경우 예탁원의 담보 관리를 주로 활용하는 국내 기관에 대해서만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당국의 무차입 공매도 방지책 및 효과. 이미지=금융투자협회

한편 무차입공매도를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관리하는 내부시스템을 구축한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앞으로 전산시스템 적용 예외 대상을 포함한 모든 공매도 기관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의무화 대상 기관의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해당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전세계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나 그동안 실질적인 규제는 사후 적발·제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전방지 체계 방안이 국제적으로도 선례가 없는 적극적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외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다"며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제기될 경우 추가 검토해 국회와 금융당국에 제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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