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시장 평가는 엇갈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시장 평가는 엇갈려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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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그레이스케일 등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거래 승인
비트코인, 4만6000달러 선 일시 돌파 후 원점..."상장 기대 선반영"
한은 "비트코인, 투자재로 자리잡아...가치와 안정성은 시험해봐야"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코인 시장 성장의 길이 열렸다.

가상자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미래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날 위원회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다수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SEC는 성명에서 ▲그레이스케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아이셰어즈 트러스트 ▲아크 21쉐어즈 ETF ▲인베스코 갤럭시 ETF ▲반에크 ETF ▲위즈덤트리 ETF ▲피델리티 ETF ▲프랭클린템플턴 ETF ▲발케리 ETF의 총 11개 ETF를 승인했다.

해당 ETF는 다음 영업일인 11일(현지시간)부터 증권거래소에서 상장돼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현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다. 2021년부터 있었던 기존의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관련 선물만 다뤘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시가에 맞춰 실시간으로 매입한다는 차이가 있다

SEC 관계자는 "우리가 현물 비트코인 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는 점이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가치와 관련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11개의 상장을 승인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지문. 이미지=SEC

한편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을 공식 발표하기 전, 가상화폐 시장에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직전에는 22페이지가량의 19b-4 서류가 SEC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또한 SEC가 자료를 내기 직전에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홈페이지에 해당 상품에 대한 거래 자료가 올라와 승인 기대를 높였다. 당시 CBOE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품은 ▲위즈덤트리 ETF ▲반에크 ETF ▲T-렉스 ETF ▲인베스코 ETF ▲프랭클린템플턴 ETF ▲피델리티ETF ▲CBOE 베스트 ETF ▲아크21쉐어스 ETF 등이다.

당시 CBOE 측은 "아직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며 해당 게시물은 표준 절차를 위해 게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EC의 X 계정(@SECGov)에 현물 비트코인 ETF가 승인됐다는 가짜 뉴스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결국 승인이 이뤄진 셈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앞서 해당 계정이 해킹당했고 글이 무단으로 게시됐다고 밝혔고, SEC는 이 게시물이 올라온 지 30분 만에 이를 삭제했다.

한국시간 11일 오후 3시 25분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10대 코인 가격. 이미지=코인마켓캡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승인이 비트코인 가격에 급격한 상승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이미 상당 기간 관련 사안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만큼 매수세가 선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SEC 발표 직후 비트코인은 일시적으로 4만6000달러대를 상향 돌파했으나, 이내 하락했다. 11일 오전 6시 53분경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 가까이 내린 4만5680.90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에도 등락을 반복하다 코인마켓캡 기준 11일 오후 3시 34분 4만5870달러(한화 약 6019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가 주류 금융시장에 도입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8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한동안 제도권 바깥에 머물렀던 비트코인이 드디어 세계 금융시장의 주류에 편입될 것이며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다.

미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가 일반화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 500억~100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여 비트코인 가격을 10만달러까지 올릴 수 있다"고 급격한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반면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감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화폐를 내세운 비트코인의 출범 취지가 흐려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는 투자은행들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화를 벌기 위한 투자대상 중 하나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비트코인은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은 것 같고, 비트코인이 처음 도입될 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화폐의 대체재가 될 것이냐는 논의가 있었는데 이제 그 논의는 마무리가 된 듯하다"면서도 "비트코인이 바람직한 투자자산이냐고 하면 변동성과 내재가치 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보게 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으니 투자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해 볼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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