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ETP 베끼기' 금지…기준은 누가 정하나
2월부터 'ETP 베끼기' 금지…기준은 누가 정하나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2.02 0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TP 신상품 보호 제도 개선안 도입…"6개월간 유사 ETP 상장 막는다"
거래소 내 위원회가 독창성·창의성·기여도 평가...기존 정량 평가 폐지
평가 공정성 우려 상존…외부 전문가 없이 '자의적 요소' 개입 지적도
한국거래소.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2월부터 독창적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한 '6개월 독점권 제도'가 시행된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ETF 신상품 보호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와 더불어 업계에서는 'ETF 베끼기'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가 정성평가임에도 세부적인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심사 역시 내부에서만 진행하기로 하면서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1일부터 'ETP 신상품 보호 제도 개선안'을 도입한다. ETP 신규상장 신청인이 거래소에 신상품 보호를 신청할 경우 정성적 요건을 충족하면 신상품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신상품으로 지정되면 6개월 동안 유사 ETP 상품은 상장할 수 없다. ETP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포함된다.

개선안의 핵심은 평가기준 변화다. 현재는 신상 ETF와 기존 ETF의 겹치는 종목 비중을 따지는 '정량 평가'로 독점권 침해 여부를 판별한다.

기존에 상장한 ETF와 신규 ETF의 구성종목 중복 비율이 주식·채권을 포함한 경우 80% 미만, 포함하지 않은 경우 50% 미만일 때 신상품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번에 도입되는 '정성 평가'는 신규 ETF의 독창성과 창의성, 기여도 등 3가지 항목으로 독점권 침해를 판단한다. 3가지 항목의 평가 기준을 마련해 평균 점수가 4점 이상(5점 만점)인 경우 신상품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상장 ETF 상품 목록. 이미지=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캡처

ETF를 비롯한 파생상품 시장은 선점이 중요한 만큼 이전부터 ETF 독점권에 관한 논의는 이어져왔다.

특정 섹터의 ETF를 경쟁사보다 일찍 출시해 고객을 모은다면 해당 섹터를 선점해 상품 라인업 확대는 물론 이를 활용한 마케팅까지 챙길 수 있다.

상품이 시장에 안착할 경우 후발주자와의 격차도 크게 벌릴 수 있다.

금리형 ETF가 그 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반으로 한 ETF 시장을 선점한 결과 금리형 상품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금리형 ETF 시장 순자산 총액은 12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깜깜이' 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거래소가 항목별 세부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가 역시 거래소 내부인사로 구성된 'ETP신상품심의회'가 맡는다. 평가와 관련해 별도의 공시도 이뤄지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정성평가를 통해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문제는 비정형이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거래소 내부에서만 운영되는 심의회가 얼마나 투명할 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거래소 외부 인원을 심사 과정에 참여시켜 위원회의 자의적인 평가가 개입될 수 있는 요소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거래소가 스스로 평가하기보다는 별도의 전문가를 활용해 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의 의견을 기록하고, 보관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내용을 공시토록 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거래소가 "독창적인 상품을 보호하는 만큼 깐깐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 적용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일각에서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상품을 보호하기에는 짧다는 지적도 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