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리카와 CEO "유저 주권형 가상자산 지갑을 위해"
[단독] 모리카와 CEO "유저 주권형 가상자산 지갑을 위해"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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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대신 자국 언어 개인키 도입...“편의성 높여 분실 예방”
“NFT는 화폐와 같아...웹3 게임 부흥의 발판 될 것” 밝혀
일본의 웹3 인프라·솔루션 기업 긴코(Ginco) 홈페이지. 이미지=긴코(Ginco) 홈페이지 캡쳐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유저간 거래를 기업에서 관리하는 건 상대방을 신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업 없이도 법률과 프로토콜을 통해 거래가 가능합니다.”

모리카와 무우토(森川夢佑斗) 긴코(Ginco)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유저간 거래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긴코(Ginco)는 일본의 웹3 인프라·솔루션 기업으로 주력 상품은 디지털 에셋(Digital Asset) 서비스다. 

특히 긴코의 지갑은 일본 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절반이 사용하는 '국민 지갑'으로 꼽힌다. 

메타버스, 게임 등 웹3(Web3)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웹3 클라우드(Web3 Cloud)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본 웹3 대표 기업 긴코를 이끄는 모리카와 무우토 CEO는 1993년생으로 올해로 30세를 맞는다.

일찍이 컴퓨터 공학이라도 전공한 것일까. 회사 홈페이지에 적힌 그의 학력은 교토대 법학부가 전부다. 앞날이 창창한 법학도가 재학 중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웹3 기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모리카와 무우토(森川夢佑斗) 긴코(Ginco)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진=긴코(Ginco)

보증기구 없이 유저간 신용담보 시스템 구현

긴코의 가상자산 지갑은 회사조차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볼 수 없도록 짜여 있다.

지갑은 개인용 긴코 월렛(Ginco Wallet)과 기업용 긴코 엔터프라이즈 월렛(Ginco Enterprise Wallet)으로 나뉘는데 두 지갑 모두 개인키는 전적으로 사용자가 관리한다.

유저간 거래를 중시하는 이유를 묻자 모리카와 CEO는 대학교 재학 중 '메르칼리(Mercari)'라는 인터넷 옥션 회사에서 한 인턴 경험을 이야기했다.

모리카와 CEO는 "메르칼리는 일종의 소비자간 직거래(C2C)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C2C' 플랫폼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로는 소비자들 사이에 기업이 끼어있는 'C2B2C' 플랫폼인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느낀 위화감을 설명했다.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탈중앙을 외치는 '블록체인'은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모리카와 CEO는 "중간에 기업 하나 없어도 유저들끼리 거래가 되는 코인이 제 흥미를 끌었다"고 가상자산에 특히 주목한 이유를 소개했다.

단말기에 보관되는 긴코 월렛은 단말기의 방화벽으로 한 겹 더 보호된다. 대부분이 아이폰을 쓰는 일본에서는 긴코도 iOS 보안 시스템의 혜택을 같이 누리는 것이다. 기업용 긴코 엔터프라이즈 월렛은 필요할 때 외에는 오프라인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 월렛(Cold Wallet)'으로 이뤄져있다.

모리카와 CEO는 "긴코의 지갑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킹을 당한 적이 없다"며 보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업용 가상자산 지갑 '긴코 엔터프라이즈 월렛(Ginco Enterprise Wallet)'에서 서비스하는 코인 53종 목록. 이미지=긴코(GInco) 

보안의 최대 숙적은 '사람'...고객이 편해야 에러도 없다

보안이라면 자신 있는 긴코도 피할 수 없는 숙적은 있다. 사람의 망각이나 판단착오로 발생하는 '휴먼 에러(Human Error)'다. 유저가 보이스피싱을 당해 개인키를 유출하거나 아예 개인키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표적인 휴먼 에러에 속한다. 

긴코는 사람이기에 피할 수 없는 문제를 '편리함'으로 예방하고 있다. 개인키를 쉽게 만들면 잘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발상이다. 

모리카와는 "개인키가 영어 알파벳이라 일본 사람들이 잘 잊어버린다"며 "일본어로 돼 있으면 일본인들이 개인키를 기억하기 훨씬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모리카와 CEO는 "한국도 지갑 개인키를 한글로 만든다면 유저들이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인에 맞춰 일본어로 개인키를 만드는 긴코의 가상자산 지갑. 이미지=긴코(Ginco)

명확한 규제가 NFT·웹3 게임 산업 견인

모리카와 CEO는 대체불가토큰(NFT)의 규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규제가 명확해야 NFT 발행도 쉽고 산업 육성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폐도 도안은 모두 같지만 고유의 시리얼 넘버까지 똑같은 지폐는 없는데 NFT도 이와 비슷하다"며 "발행된 NFT를 구매에 사용한다면 NFT는 화폐와 동일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모리카와 CEO는 NFT 규제의 당위성에 대해 "NFT를 발행하는 회사는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에 일본은 NFT 발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NFT 발행이 웹3 게임 산업을 돕는 이유도 언급했다.

모리카와 CEO는 "게임은 본래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하이 리스크 사업이다"며 "NFT를 발행하면 게임 발매 전에 개발비를 일부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의 위험을 유저들과 분산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증하고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NFT를 소유한 게임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먼저 형성하면 이를 게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FT 발행을 민법·저작권법·특허법 등 기존 법률로 규제하는 일본의 NFT 가이드라인. 이미지=일본 국세청

기존 금융규제로 가상자산 규제하는 일본

모리카와 CEO는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일본이 빠른 속도로 가상자산 규제를 확립한 배경도 언급했다.

일본은 일찍이 2016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을 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가상자산 취급업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을 마련했다. 

이어 2019년에는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법 개정을 통해 암호자산 발행과 암호자산 파생상품 등 증권 성격의 암호자산과 관련 거래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이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을 통해 가상자산 규제의 기본 틀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이른 시기다.

일본의 빠른 규제 비결은 재활용이다. 가상자산을 비롯한 블록체인 분야를 기존 규제 틀 안에 넣어 관리하는 것이다.

모리카와 CEO는 "가상자산을 위한 법률부터 따로 만드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기존에 확립된 금융규제를 활용해 가상자산을 정비하는데 집중한다"며 "이런 방식은 장점도 단점도 있겠지만 일본의 금융정책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금융청을 비롯한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카와 CEO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산의 '분별관리'를 강조했다. 자료는 한국의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규제. 이미지=금융위원회

투자자 보호하려면 '분별관리'가 우선

가상자산의 규제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도 날로 커기고 있다.

모리카와 CEO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으로 고객 자산 '분별관리'를 꼽았다. 

고객 자산 예탁 시스템과 더불어 거래소 안에서도 회사자산과 고객자산을 따로따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앙화 거래소(CEX)가 해킹을 당해 도산할 경우를 생각해도 고객자산을 분별관리함으로써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지난해의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를 예로 들었다. 

모리카와 CEO는 "당시 FTX가 고객 자산을 멋대로 운용하다 막대한 손해를 입혔을 때도 FTX의 일본 자회사인 FTX재팬은 피해가 적었다"며 "고객자산을 따로 관리하게 만든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가 효과를 발휘한 사례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경우 가상자산법을 통해 이용자의 예탁금 관리 기관을 제3자인 은행으로 지정하고 있다. 

은행이 가상자산 예탁금을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운용하면서 거래소가 파산해도 예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모리카와 CEO는 "분별관리한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긴코의 가상자산 지갑 도입을 권했다.

그는 "긴코에는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체계 하에서 보안성과 운용성이 검증된 가상자산 지갑이 있다"며 "일본에서 인정받은 긴코의 서비스를 한국 기업들이 도입한다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안전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긴코는 향후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웹3 인프라를 확장할 계획이며, 한국의 웹3 솔루션 제공 업체 쟁글(Xangle)과도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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