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부럽지? 부러울 수밖에!” 수도권 뜨거운데, 지방 청약시장 나 홀로 ‘빙하기’
[이지 돋보기] “부럽지? 부러울 수밖에!” 수도권 뜨거운데, 지방 청약시장 나 홀로 ‘빙하기’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5.25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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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6.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우장산숲 아이파크(왼쪽), 쌍용건설 더 플래티넘 서울역 견본주택 모습(가운데), 평균 1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청라힐스자이(오른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쌍용건설, GS건설
평균 66.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우장산숲 아이파크(왼쪽), 쌍용건설 더 플래티넘 서울역 견본주택 모습(가운데), 평균 1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청라힐스자이(오른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쌍용건설, GS건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 청약 시장이 뜨겁다. 대전과 대구, 부산 등 광역시도 과열 양상이다. 반면 지방 청약 시장은 나 홀로 ‘빙하기’다.

코로나19 악재 영향으로 실물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청약시장은 예외다. 신축 아파트 ‘불패’ 믿음과 ‘로또 분양’ 기대감이 고조돼서다.

더욱이 국토교통부가 오는 8월 이후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광역시 전매 제한을 사실상 금지시키자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그리고 광역시와 달리 지방 청약 시장은 잠잠하다. 강원과 충북, 전남, 제주 등 비인기 지역에 공급된 상당수의 민간 아파트가 청약 미달 사태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지방에서는 분양 물량을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확연한 온도 차다.

25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달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1027-50번지 일대에 공급한 ‘우장산숲 아이파크’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50세대 모집에 총 9922명이 청약해 평균 66.15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최고 89.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호반건설이 지난달 양천구 목동에 공급한 ‘호반써밋 목동’은 대부분의 평형에서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84㎡C형만 유일하게 두자릿수였는데 이 역시 95.5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의 ‘르엘 신반포’도 56대 1~40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인천 부평구에서 분양한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은 53가구 모집에 무려 1만7670건이 몰리면서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25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원시 팔달구에서 분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에는 1074가구 모집에 올해 가장 많은 청약자인 15만6505건이 접수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얼어붙은 주택 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경우 7주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강남의 경우 1월부터 내리막길이다.

광역시도 청약 열기가 펄펄 끓고 있다. GS건설이 3월 대구에 공급한 ‘청라힐스자이’는 1순위 평균 141대 1, 최고 416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나타냈다. 한화건설이 내놓은 ‘포레나 부산 덕천’의 74㎡A평형의 경우 최고 1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시장이 뜨거운 것은 신축 아파트 불패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작용해서라는 분석이다. 또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형성된 분양가 탓에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더욱이 7월 29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기가 지연되면서 신규 공급량이 많지 않고 코로나19 여파로 분양 시기가 미뤄지면서 오히려 분양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수도권에서 각종 교통망 개발과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서울 규제를 피한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속초2차 아이파크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된 속초2차 아이파크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냉기

서울·수도권 및 광역시와 달리 지방 군소도시 아파트의 청약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남 고흥 승원팰리체 더퍼스트는 총 214가구 모집에 청약은 155건에 불과했다. 제주도 서귀포 동홍동 센트레빌은 202가구를 모집했는데 1순위에서 모든 평형이 미달됐다. 2순위에서도 78㎡를 제외하면 물량이 남았다. 전남 함평 백년가의 경우 1순위에 이어 2순위도 주인을 다 찾지 못했다.

건설사의 브랜드파워 탓으로 돌리는 것도 궁색하다. 대형 건설사도 서울 및 수도권과 다른 온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2월 강원도 속초에 공급한 ‘속초2차 아이파크’의 경우 79㎡, 84㎡ 등 중소형 평형이 모두 1순위에서 미달됐다. 일부 조망권이 좋은 세대가 아니면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대림산업의 자회사 삼호가 내놓은 ‘e편한세상 금산 센터하임’의 일부 평형의 경우 2순위 마감에 턱걸이했다. SK건설과 대우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북 지역에 내놓은 ‘두호 SK VIEW’는 청약 미달은 아니었지만 겨우 마감에 성공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대규모 인구가 밀집해 아파트 수요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면 대형 건설사도 완판하지 못하는 경우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며 “더욱이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택 경기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과 충북, 전남, 제주 등 지방 지역 아파트가 줄줄이 청약 미달 사태가 나타난 이유는 일자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지방 군소도시에서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부족해 실거주 수요가 부족하다.

실제 한화건설이 4월 경남 거제에 공급한 ‘포레나 거제 장평’의 경우 부동산 침체에 따라 1, 2차 청약 접수 이후에도 잔여 물량이 남았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 등 지역 경기가 살아나면서 완판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 예다.

또 지난해 11월께 삼성디스플레이가 탕정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자 충남 아산 일대 청약 시장이 들썩거린 사례도 있다.

더욱이 지방의 경우 개발 호재를 안고 있어도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생활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더욱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그 지역이 아닌 서울 및 수도권으로 상경 투자를 하는 추세다 보니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종부세 완화 등에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방 아파트의 청약 미달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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