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동학개미’도 외면한 은행株, 극단적 저평가 이유는…금융 생태계 변화에 매력 뚝
[이지 돋보기] ‘동학개미’도 외면한 은행株, 극단적 저평가 이유는…금융 생태계 변화에 매력 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6.15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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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서 은행과 금융지주의 주식 가치가 극단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 금융 생태계 변화 등으로 은행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2132.30으로 올해 들어 가장 고점이었던 지난 1월22일(2267.15) 대비 5.9%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은행지수는 692.76에서 541.19로 21.9% 빠졌다.

KRX은행지수는 거래소에서 은행업의 대표종목으로 산출한 지수다. 은행업황의 주가흐름을 반영한다. 4대(KB‧신한‧우리‧하나금융) 금융지주는 물론 3개(BNK‧DGB‧JB금융) 지방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제주은행이 해당 지수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유독 은행주의 하락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3월19일 코스피는 10년 만에 가장 최저치인 1457.64로 후퇴했다. 1월22일 대비 –35.7% 빠졌다. 당시 은행주는 더 큰 폭(-44.9%, 382.02)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하락폭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은행주가 저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평가에서는 해당 기업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가 중요한 척도다. 은행주에 속해있는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돈(영업이익)을 많이 벌었다. KB금융이 신한에 이어 3위였고, 하나금융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업 특성상 제조업 등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지만, 건실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들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수익에 미치지 못한다. 신한금융의 시총 순위는 18위다. 이어 KB금융이 19위, 하나금융은 31위다. 이밖에 우리금융(36위)과 기업은행(39위) 등도 실적 대비 시총은 낮은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들여다보면 은행주가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 더욱 확연해진다. 은행주의 PBR은 이달 9일 기준 0.34배다. 코스피 평균 PBR이 같은 기간 0.89배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PBR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을 나눈 값이다. 자기자본에 대한 장부가 대비 시장가의 비율을 뜻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미다.

더욱이 은행주 PBR은 올해 3월19일 기준으로 0.22배까지 내려앉은 바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은행업종의 PBR이 0.57배였다. 금융위기 때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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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은행주의 저평가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은행주의 PBR이 1배 아래로 내려간 기간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9년이 넘는다. 이는 국내에서 PBR이 발표되는 17개 업종 중 가장 길다.

PBR이 1배를 단기간 하회하는 경우는 시장의 실패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것이어서 되레 투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간 1배 밑으로 내려간 경우는 해당 회사의 수익전망과 해당 주식의 수급 등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최근 수년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은행업 전망은 항상 불투명했고 저금리 기조는 계속 이어져 왔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기가 안 좋아졌다. 기준금리 역시 제로금리 수준인 연 0.5%까지 떨어지는 등 수익성 악화 전망이 팽배한 상황이다.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평가를 박하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은행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약 20% 안팎이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37.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이익창출 전망도 부정적인 가운데 배당성향까지 낮다보니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주가 저평가를 받으면 후 경영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핀테크와 해외진출 등 신규투자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해도 주가가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위한 증자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는 탓이다.

더욱이 국내에 상장된 은행 및 금융지주사 중 다수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때문에 해당 주식의 평가가 낮아 투자성과가 좋지 않다면, 이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원하는 기금의 안정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배당성향을 높이는 한편 최고경영자(CEO)가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의 행보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주 보유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투자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주에 적극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는 사실상 국민연금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은 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 10% 규정으로 지분율을 더 높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은행·은행지주사 주식 보유제한 대상에서 국민연금을 제외해야 PBR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상황과 시장 심리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정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업 주가가 좋았던 시기의 경제지표를 보면, 금리를 더 이상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생기면서 대출증가율이 올라가는 시기와 맞물렸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면서 시장 심리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은행주의 극단적인 저평가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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