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매운맛에 반하고, 달콤함에 취했다”…라면부터 파이까지 K푸드 열기 후끈
[이지 돋보기] “매운맛에 반하고, 달콤함에 취했다”…라면부터 파이까지 K푸드 열기 후끈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0.08.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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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K푸드가 뜨겁다.

라면부터 소주까지 다양한 제품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움츠러들게 한 상황에서도 승승장구다.

전문가들은 K팝으로 형성된 한류 열풍이 디딤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각 기업의 현지화 노력이 맞물렸다는 평가다.

김상철 유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 식품의 영향력은 김, 김치 등 특정 식품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국내 기업의 특정 브랜드까지 확장됐다”면서 “이는 K팝 문화 영향력의 파생 효과다.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가 상품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울러 국내 기업의 현지화 전략과 주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쏟아 이뤄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왼쪽), 삼양라면 수출용 '불닭볶음면' 4종. 사진=각 사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왼쪽), 삼양라면 수출용 '불닭볶음면' 4종. 사진=각 사

선봉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즈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는 지난달 2일(현지 시간) ‘The best instant noodles’ 기사에서 기자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 세계 베스트11 라면’ 중 농심 ‘신라면블랙’을 1위에 선정했다. 특유의 진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농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 등이 선정돼 한국 라면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미국 3대 일간지의 평가는 성적표로도 입증됐다.

농심의 올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급증한 1억6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인기 유튜버 ‘영국 남자’가 지난 2015년 불닭볶음면 도전 영상을 올리며 불을 지폈다. 이 영상은 7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불닭볶음면 붐을 일으켰다.

매운맛 열풍은 삼양식품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63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73%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특히 라면 수출부문이 46.1% 늘었다.

신세계푸드도 라면으로 해외에서 대박 행진 중이다. 2018년 3월 말레이시아 시장에 선보인 ‘대박라면’이 누적 판매량 1000만개(7월20일 기준)를 돌파한 것.

더욱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국가 차원의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로 생필품, 가공식품 등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얻은 성과다. 또 대박라면은 현지 라면보다 2~3배 높은 가격이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중국·싱가포르·태국 등 기존 6개국에서 홍콩·필리핀·베트남 등 3곳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하반기에는 미국·미얀마·인도네시아 등 3곳을 더한 총 12개국에서 대박라면을 판매할 계획이다.

오리온 중국 파이제품. 사진=오리온
오리온 중국 파이제품. 사진=오리온

중국

중국은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이 장악했다.

먼저 CJ제일제당은 연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 냉동식품시장에서 ‘비비고’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왕교자’는 중국 2위 온라인상거래 업체 징동닷컴의 교자/완탕 카테고리에서 올 4월(31%)과 5월(33%)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6월 열린 상반기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대전 ‘618행사’에서도 비비고 왕교자, ‘비비고 국물요리’, ‘햇반컵반’ 등 주요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강준석 CJ제일제당 식품중국 팀장은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보다는 품질 위주로 상품을 선택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브랜드 경험치를 더욱 높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중국 냉동식품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리온은 이미 중국에서 알아주는 파이 브랜드다.

오리온은 중국 대표 브랜드 평가 기관인 ‘Chnbrand’가 7월16일 발표한 ‘2020년 중국 고객 만족 지수’(China Customer Satisfaction Index, C-CSI) 파이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중국 고객 추천지수(C-NPS)와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 파이부문 1위에 이어 중국 고객 만족 지수까지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익명을 원한 오리온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력과 엄격한 품질 관리 그리고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중국 내 주요 브랜드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왼쪽) 미국 '신라면' 버스 광고, 하이트진로 미국 소주 브랜드 '진로' TV 광고. 사진=각 사
농심(왼쪽) 미국 '신라면' 버스 광고, 하이트진로 미국 소주 브랜드 '진로' TV 광고. 사진=각 사

현지화

K푸드 열풍은 현지화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각 기업은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또 온라인 판매 채널 강화와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등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시장 트렌드를 먼저 읽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법인에 온라인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또한 2011년 인수해 현재 중국 1위 온라인쇼핑몰 티몰(Tmall) 즉식장(덮밥 소스류)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지상쥐(吉香居)와 정보를 공유하며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과일리큐르는 현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국내 출시한 과일리큐르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과 함께 수출전용 ‘딸기에이슬’DF 선보이며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상무는 “과일리큐르의 적정한 도수와 조화롭고 달콤한 맛 덕분에 해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젊은 층의 니즈에 맞춘 제품 개발과 지속적인 현지 맞춤 전략 추진으로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리온도 현지화 성공 사례에서 빠질 수 없다. 러시아에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등 베리맛 초코파이 제품을 잇따라 선보인 게 적중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들이 안착하며 초코파이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초코파이 마차(2016년 출시)’를, 베트남에서는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성향에 맞춰 빵 속에 카카오를 듬뿍 담은 ‘초코파이 다크(2017년 출시)’를 내놨다.

익명을 원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과 냉동식품, 주류까지 K푸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변화하는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꾸준한 시장조사와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향후 20년~30년간 변치 않을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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