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가 얼어붙은 경기에 기부금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최대 70% 이상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유통 3사(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기(1~9월) 누적 기부금은 총 205억원으로 전년 동기(242억원) 대비 15.09% 감소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137억원의 기부금을 출현했다. 전년 동기(188억원) 대비 27.04% 줄어든 수치다. 매출(12조2284억원) 대비 비중은 0.11%다.
이어 신세계는 52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같은 기간(54억원) 보다 3.93% 감소했다. 매출(3조4256억원)과 비교하면 0.15% 규모다.
현대백화점은 기부금으로 16억원을 조성했다. 전년 동기(27억원) 대비 39.61% 줄었다. 매출(1조6285억원) 대비 비중은 0.10%.
3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3사의 올 3분기 누적 총매출은 17조2826억원으로 같은 기간 19조5201억원보다 11.46%(2조2374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446억원에서 2176억원으로 무려 74.23%(6269억원) 줄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매출 12조22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3조3079억원) 대비 8.11%(1조795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45억원으로 같은 기간(3843억원)보다 57.18% 감소했다.
이에 영업이익률(기업의 영업 활동 수익성 지표)은 2.88%에서 1.34%로 1.54%포인트 하락했다. 1000원어치 팔아서 13원 챙겼다. 직원1인당 생산성도 619만원에서 -1031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신세계는 3조425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4조6255억원) 대비 25.94%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손실 14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5.91%에서 -0.42%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1000원어치 팔아서 4원 빚진 셈이다. 직원1인당 생산성은 2억7599만원에서 -3705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1조5865억원)보다 2.64%(419억원) 증가한 1조6285억원의 매출을 거수했다.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매출이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677억원으로 전년 동기(1866억원) 대비 63.71%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11.76%에서 4.15%로 7.61%포인트 하락했다. 1000원어치 팔아서 41원 남겼다. 직원1인당 생산성은 2568만원. 전년 동기(5886만원) 대비 3318만원 줄었다.
돌파구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점포 구조조정 등에 나섰다.
신세계는 이달 1일 백화점부문 임원 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약 20%가 퇴임하는 등 전체적으로 임원수를 축소했다. 특히 본부장급 임원의 70% 이상을 교체하는 등 조직 전반에 큰 변화를 줬다.
롯데그룹도 임원 100여명 감축, 계열사 대표로 50대 초반 임원을 배치하는 등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은 올해 실적이 부진한 121개 점포 폐점 계획 중 백화점 1곳, 마트 12곳, 슈퍼 63곳, 롭스 23곳 등 99곳의 정리를 마쳤다.
앞으로 3년~5년간 순차적으로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도 폐점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계열사 대표이사의 연령을 50대 낮추는 등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기부금 축소는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상철 유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며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우회적, 긍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기부를 줄이는 이유는 수익 감소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어 “유통 대기업이 파격적인 인사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소비 트렌드 변화 등 조직에도 큰 변화의 시점을 시사한다”면서 “다만 백신 개발 등 내수 소비 회복 이후 기부 내용의 변화는 주의 깊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