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총체적 난국’ 건설업계
[연말결산] ‘총체적 난국’ 건설업계
  • 서영욱
  • 승인 2013.12.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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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실적부진·상장폐지에 건설업계 ‘휘청’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2013년 한해 건설업계는 거친 덤불숲을 헤쳐 나가는 분위기였다. 올 초부터 터진 4대강 비리사건과 연이은 압수수색과 검찰 소환, 실적부진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곳곳에서 곡소리가 새어나왔다. 연말에는 쌍용건설과 벽산건설의 회생여부가 불투명해 지면서 건설업계는 다가오는 새해를 더욱 우울하게 맞이하게 됐다. 우울했던 올 한해 건설업계를 되짚어봤다.

 

◆ “이럴 줄 알았지”…4대강 ‘담합’ 후폭풍 거세

 

올해의 첫 포문은 4대강이 열었다.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그동안 묵혀왔던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 1월17일 발표된 감사 결과는 그 동안 불거졌던 각종 의혹과 일맥상통했다. 제목도 ‘총체적 부실’이었다. 혈세 22조원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은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부실공사, 비자금 조성 등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야만 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총 25개 업체의 본사 및 지사 30여 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6월까지 진행된 압수수색 중에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이 소환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도화엔지니어링 김영윤 회장과 그로부터 뇌물을 받은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이 구속됐다.

 

결국 검찰은 9월24일 11개 건설사와 22명의 임직원을 법의 심판대 앞에 세웠다. 검찰은 ‘4대강 입찰담합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경쟁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입찰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김중겸 전 사장과 서종욱 전 사장 등 22명을 기소했다.

 

또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 11개 건설사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전 사장이 기소될 만큼 두 업체의 죄는 컸다. 현대건설은 대형 건설사들과 지분율을 담합하고 입찰 시 가격을 조작해 써낸 과정을 지시하고 보고받는 등 담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총 1,000억원대의 과징금과 조달청 입찰제한까지 물리면서 억지로 참여한 사업에 적자까지 봤는데 처벌 수위가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22조원이라는 사업비를 생각하면 1,000억원의 과징금은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하다며 4대강 공사 외에도 입찰 담합이 있는 공공사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외 57명 등 4대강사업 책임자들은 국민 4만여명의 이름으로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됐다.

 

◆ “이럴 줄 몰랐지”…실적 악화에 구조조정 ‘찬바람’

 

건설사들이 4대강 처벌 수위가 지나치다고 항변하는 데에는 지속적인 건설시장의 침체와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 행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느닷없이 발생한 영업적자로 ‘어닝쇼크’를 일으키기도 했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에 5,355억원의 영업손실과 3,860억원의 당기순손실 등 대규모 적자를 냈고 3분기까지 7,904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분식회계 논란도 일으켰고 연말에는 ‘부도설’이라는 악성루머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에 2,19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두 기업의 신용등급도 곤두박질치면서 ‘어닝쇼크’에 이어 ‘신용쇼크’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적 부진으로 최고 책임자가 옷을 벗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특히 이례적으로 오너 경영인의 사퇴가 줄을 이었다.

 

지난 6월 허명수 GS건설 전 사장은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CEO)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허명수 전 사장은 GS건설 최대 주주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역시 올 한해 힘든 시간을 보낸 SK건설의 최창원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으로,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아들이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전 사장은 실적악화와 인명사고 책임을 물어 경질됐고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은 각종 비리사건의 표적이 된 후 건강상을 이유로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

 

◆ “이러면 안 되지”…상장폐지 위기 기업들

 

수천억원의 적자와 칼 같은 구조조정도 아쉬운 회사들이 있다. 쌍용건설과 벽산건설은 연말까지 회생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나란히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 올해 두 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한 쌍용건설은 채권단이 자금지원 방안을 놓고 1년여 간을 끈 결과 결국 상장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국내 도급순위 13위 업체이고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훨씬 더 좋은 실적을 쌓고 있었다는 점, 상장폐지로 1,400여개의 협력업체가 줄도산의 위험에 노출되는 등 쌍용건설의 상장폐지는 건설업계에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벽산건설은 M&A 우선협상대상자인 아키드 컨소시엄이 잔금납입일인 27일까지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역시 상장폐지의 길목에 서게 됐다. 당초 카타르 유력 인사의 등장과 함께 탄탄한 중동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인수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으나 협상 과정에서 수많은 의혹과 함께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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