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언제까지 국산담배?
KT&G 언제까지 국산담배?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1.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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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G는 지난해 국외 담배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최초로 넘었다고 밝혔다. KT&G에 따르면 작년 국외 판매량은 465억 개비로 406억 개비를 판매한 국내 판매실적을 넘어섰다.

특히 중동에서의 약진이 돋보였다. 터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초슬림담배를 앞세워 전체 국외 판매량의 48.8%를 중동에서 판매했다.

세계 5위 담배회사를 자평하던 KT&G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수십년째 말보로와 L&M을 필두로 담배시장의 30% 이상을 PMI(Phiilip Morris International Inc.)가 보유하고 있다.

또한 던힐과 pall mall, Kent 등을 보유한 BAT와 winston, Mevius, Camel 등을 보유한 JTI 의 점유율도 20% 수준으로 고정된지 오래다. 수십년간 점유율을 나눠오던 전통의 강호들 틈바구니에서 수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지 10여년 만에 거둔 KT&G의 지난해 성과는 크게 자랑할 만 하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이 눈에 띄게 도드라졌기 때문인지, 전매제도를 통해 성장한 KT&G의 안중에 국민들은 없는 듯 하다.

국산 원료 안 쓰는 국산담배
우선 KT&G의 연엽초 소비량을 볼 필요가 있다. 민영화가 이뤄지기 이전 KT&G는 국산엽 사용 비율은 71%였다. 그러나 KT&G는 점차 수입산엽의 사용량을 늘려왔고, 2010년 국산 잎담배 사용량은 8545톤으로 전체 사용량의 40% 수준이다. 60%를 사용한 수입 잎담배 12772톤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2014년 KT&G의 국산엽 사용량은 전체의 37%까지 떨어졌다.

▲ 쿠바산 시가가 함유된 KT&G의 주력 브랜드 '보헴 시가'. 이미지=KT&G

이에 대해 KT&G는 “국산 연엽초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수입 잎담배 사용량 증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어불성설 현재 KT&G는 고가의 쿠바산 시가잎이 다수 함유된 제품을 내수시장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연엽초 농민 일부는 “식품들과 마찬가지로 제조담배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KT&G의 주 원료가 수입산인 만큼 원료 제조국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 잎담배가 “비싸다”면서도 쿠바산 시가잎을 수입하는 것 만큼 재미있는 부분은 KT&G가 로열티를 지불하면서도 외국 명품의 이름을 딴 새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2012년 KT&G는 이탈리아 스포츠가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차용한 새 제품 ‘토니노 람보르기니(Tonino Lamborghini)’를 출시했다.

▲ 가격 동결정책 광고 2개월만에 2700원으로 출시됐던 '토니노 람보르기니' 이미지=KT&G

당시 KT&G의 대표적인 담배 가격은 2500원이었다. 수입담배가 이미 2700원으로 인상한 직후였는데, 이때 KT&G는 주요 신문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실으며 가격 동결을 마케팅으로 활용했었다. 그러나 두 달 뒤에 출시된 람보르기니의 가격은 2700원이었다.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 대신 새 제품의 가격을 수입담배와 동일하게 출시한 것이다.

▲ 로열티를 제공하고 들여온 '다비도프' 이미지=KT&G

KT&G가 로열티를 제공하며 명품의 이름을 차용한 경우는 더 있다. 2010년 6월에도 KT&G는 ITG(Imperial Tobacco Group)와의 브랜드 라이센싱을 통해 다비도프(Davidoff)를 론칭 했다.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따온 만큼 KT&G가 로열티를 지불한 것은 당연했다.

신기술 적용은 미국 수출 제품에만 
KT&G가 전매제도를 통해 성장했음에도 우리나라를 등한시 하는 모습은 더 있다. 지난해부터 KT&G는 독자적 저발화성(LIP : Low Ignition Propensity) 담배 제조 기술인 '블루밴드(Blue Band)'를 전제품에 확대 적용했다.

KT&G에 따르면 블루밴드는 고속으로 진행되는 담배 제조 공정 중에 천연 특수물질을 궐련지에 코팅하는 기술로, 미리 코팅한 궐련지를 공정에 투입하는 외국의 기존 제조방식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KT&G는 블루밴드와 관련해 총 5건의 독자적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KT&G는 2010년 사내 학습동아리의 아이디어로 저발화성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이후 약 3년 동안 70여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수천 번의 자체 테스트와 소비자 및 전문가 평가를 통해 블루밴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KT&G는 블루밴드의 개발 이전부터 ‘비 흡연중 자동소화 기능’과 ‘화재안전성’이 일반 궐련지보다 뛰어난 '화재안전담배(Fire-safe cigarette)'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KT&G의 제품은 미국으로만 수출하고 있었다.

▲ 경기도와 KT&G의 소송당시 경기도가 공개한 보도자료. 이미지=경기도재난안전본부

이는 2009년 경기도와의 담배화재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경기도는 "KT&G측이 그동안 '궐련지를 수입해 사용할 뿐 자체적으로 화재안전담배 제조기술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특허청에 의해 국내·외에 특허출원중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임이 들통났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KT&G의 '화재안전담배(Fire-safe cigarette)' 국내 특허출원 시기는 2008년 6월 26일이다. 블루밴드의 기술 개발 이전부터 KT&G는 특허로 등록될 수준의 화재안전담배 제조기술을 보유했지만, 국내 생산 제품에는 적용하지 않았었다.

사회악 수준의 비리까지
국가의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에서는 소비자를 외면한 것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도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KT&G 비리의 특징은 수뇌부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지위를 막론하고 붉어졌다, 또한 담배관련 사업 외에도 부동산, 탈세, 인사 청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벌어졌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은 얼마 전 특수3부에서 수사하던 KT&G 비리 의혹 사건을 특수2부에 재배당했다. 앞서 검찰은 민영진 전 KT&G 사장에 대해 금품수수 및 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민 전 사장은 2011년 11월 KT&G 남대문호텔 지구단위계획 변경 용역을 N사에 발주하는 과정에서 적정 용역비가 6억원임에도 34억원을 지급해 회사에 2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재배당은 2010년 12월 KT&G의 충북 청주시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계약과 관련 청주시 공무원에게 6억여원의 뇌물을 준 일에 민 전 사장 외에도 현 사장인 백복인 사장에 대한 수사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민 전 사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KT&G의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비리 등에 백 사장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붉어졌지만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진 않았었기에, 금번 재배당으로 백 사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결국 전매청과 KT&G는 달랐다. 민영화 이전 국민들이 애용해 주던 담배는 국산이었다. 그러나 현재 잎담배 생산 농가는 KT&G의 담배의 원산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화재를 줄일 신기술을 보유하고도 수년 동안 내수제품에 사용하지도 않았다. 비리의 온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이런 회사 과연 우리나라 기업인가?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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