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박 대리의 글은 왜 사라졌나?
삼성전자 박 대리의 글은 왜 사라졌나?
  • 심상목
  • 승인 2010.11.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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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근무·노조 필요성 역설…15분만에 삭제되어 논란 증폭

노조 설립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유로 사내 ‘왕따’를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한 삼성전자 박모 대리가 사내 게시판의 게재한 글이 15분여만에 사라져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업계와 재계 관계자들 사에서는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전자가 노조 설립을 주장하는 글을 게재하자 회사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박 대리는 지난 3일 점심시간에 ‘노동조합을 설립하자’는 논조의 글을 사내 전산망인 ‘삼성전자 LIVE 2.0 오픈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러나 이 글의 약 15분만에 삭제됐다.

 

박 대리는 또 사내 전산망인 ‘마이 싱글’에도 이 글을 올렸으나 관리자의 승인을 얻지 못해 공개되지 못했다.

 

◆ “노조 설립해야 사원 권리 지키는 것”

 

<이지경제>가 입수한 박 대리의 글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사내서 왕따근무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리는 “2007년 한가족협의회 위원에 당선된 이후 현장 사원들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며 “하지만 2009년에 협의회에서 면직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출장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에도 회사로부터 징계를 당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았다”며 “최근 왕따 근무에 정신병동 입원, 인사의 강제 발령으로 인한 정신과 및 신경과, 디스크 물리치료, 약물치료 중에도 불구하고 제조 그룹 메인에서 포장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협의회위원으로 사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은 상을 받을 일이지 협의회에서 면직당할 일은 아닐 것”이라며 “회사의 지시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처지와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임에도 일방적으로 해외출장을 가지 않는 다하여 본의 건강을 외면하고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리는 또 자신의 왕따 근무와 관련해 “자신의 정당한 위원활동이 노조를 건설하려는 의도를 가졌다하여 지금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박 대리는 글 중간에 삼성전자 측의 잘못된 경영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협의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더욱 더 현장사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며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출장 가서 사망해도, 기혼 여사원이 장시간 노동 강도에 유산을 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 강요하고 상사의 폭언에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23년간 삼성전자에 일하는 것은 자부심으로 일해왔다”며 “삼성전자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회사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보장된 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하며 노조설립에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사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마무리하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 삼성, “비방 내용 포함되어 있어 삭제됐다” 해명

 

그러나 박 대리의 글은 게재된 지 15분여 만에 삭제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노조 설립을 역설하는 논조로 인해 사측인 삼성이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사내 전산망 규정을 준수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관계자는 <이지경제>와 통화에서 “사내 전산망 규정에는 ‘타인이나 회사를 비방하는 내용이 포함된 글은 임의 삭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 규정을 바탕으로 삭제한 것 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왕따 근무는 사실무근이며 제조부서 근무는 박 대리가 출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A/S 등의 이유로 대부분 부서에서 해외 출장이 불가피하지만 박 대리의 경우, 해외 출장을 거부했기 때문에 단순 제조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 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이러한 삼성전자 측 설명에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리의 글을 읽어보면 회사를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글에 과연 비방의 내용을 포함되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비방이나 모함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삼성전자가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글을 삭제한 것 일 뿐 사내 전산망 규정을 준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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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리가 게재한 글전문>

 

안녕하십니까

-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한다는 의심만으로 왕따근무 -

 

제조그룹에 근무 중인 1987년 입사한 “왕따사원’박OO대리입니다.

 

본인은 2007년 한가족협의회 위원에 출마하여 사원들의 직접선거로 당선된 이후 열과 성의를 다하여 현장사원들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였지만 2009년에 협의회에서는 면직을 당하였고, 해외출장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에도 회사로부터는 징계를 당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최근 왕따근무에 정신병동 입원 그리고 인사의 강제 발령으로 인하여 현재 정신과 및 신경과 ,디스크 물리치료 약물치료 중에도 불구하고 제조그룹 메인에서 포장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협의회위원으로 사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은 상을 받을 일이지 협의회에서 면직당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의 지시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처지와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임에도 일방적으로 해외출장을 가지 않는 다하여 본인의 건강을 외면하고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부양하며 먹고 살기위해 수모를 감수하면서 회사생활을 계속해야하는지 회의가 드는 때가 많아졌고 최근 본인에게 일어난 일들은 참으로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어려움은 결코 나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힘이 없는 사원이긴 하지만 너무나 억울하여 삼성전자에 근무하시는 동료분들께 하소연이라도 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사원여러분 !

 

본인은 협의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더욱 더 현장사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출장 가서 사망해도 기혼 여사원이 장시간 노동강도에 유산을 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 강요하고 상사의 폭언에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기업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입니다.

 

당시'08년 ~'09년 2월 면직 전까지 사업부 대표로서(운영위원)소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저에게 투표권을 지지한 사원이든 지지 하지 않은 사원이든 차별 없이 대변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중 제 임기 동안 구조조정이 없도록 지역구 협의위원과 협의하여 인사그룹장 이하 노사 담당과 12층 대회의실에서 임시회의를 요청 11기 임기동안 구조 조정이 없다는 인사그룹장의 답변과 임시 협의회 회의록을 문서로 남겼으며 당시 DM총괄 인사팀장께 협의위원 고과 기준관련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협의위원 평가 시스템을 보완 협의위원들이 사원의 의견을 떳떳하게 사측에 건의 하여도 협의위원 개개인에게 고과 평가에 영양이 없도록 사전에 협의위원 고과를 확정하여 임기동안은 C면시 B면비 일괄적으로 사전 평가를 2년 동안 고정등급으로 확정토록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건의를 했는데 팀장께서도 저의 건의에 동감을 한다고 했었습니다.

 

임산부 출산 후 하위고과에 따른 부작용과 이에 따른 퇴사권유와 압박 등을 일부 해결 했으며 일부사원경우 타 사업장 전배관련 면담 호소관련 포함하여 사원의 입장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하여 원활하게 가지 않도록 해결했습니다. 이런 정당한 위원활동이 노조를 건설하려는 의도를 가졌다하여 지금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닙니까.

 

지난 23년간 삼성전자에 일하는 것을 커다란 자부심으로 일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불이익을 감수하며 침묵하며 산다는 것은 나와 주위 동료들과 삼성전자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회사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사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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