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피값을 발판삼은 기업들 민족 아픔은 외면
민족 피값을 발판삼은 기업들 민족 아픔은 외면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4.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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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피해 보상인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은 기업들은 오늘날 크게 성장해있다. 그렇지만 이들 대일 청구권 수혜 기업들은 정작 일제 피해자 지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대일 청구권이란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된 한국은 일본에게서 식민 지배에 대한 피해를 배상 받고자 했다. 이때부터 양국간에 대일 청구권 문제가 큰 쟁점이 됐다. 대일 청구권 사안은 해방 직후 이승만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논의됐지만 큰 진전이 없다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 후 합의가 이뤄졌다.

당초 한국 정부의 요구액은 8억 달러였으나 일본은 7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를 맞다가 1962년 11월 12일 김종필 특사가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외상를 만나면서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 무상공여 3억 달러, 재정차관 2억 달러, 상업차관 1억 달러로 합의된 것이다.

총 6억 달러를 확보한 정부는 이 돈을 한국 경제의 회생에 사용했다. 대일 청구권 자금이 투자된 기업과 금융사들이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외환은행(現 KEB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코레일(당시 철도청), 한국수자원공사 등이다.

식민지배의 고통과 아픔, 희생을 감수하고 맞바꾼 대일 청구권 자금이 없었다면 지금의 포스코, 외환은행, 코레일 등은 존재할 수도 없었다. 기타 몇몇 기업과 금융사, 공기업들도 대일 청구권 자금 덕택에 상당한 혜택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일 청구권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으킨 수혜 기업 및 금융사, 공기업들은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일본 식민지배 피해자들을 위한 행동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온 것이다.

대일 청구권 자금이 들어간 기업들

포스코 외에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은 기업과 금융사는 현재의 외환은행, 한국전력, 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케이티앤지(KT&G)등 10여 곳이다.

대일 청구권 자금이 들어간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다. 1966년부터 들어온 대일 청구권 자금 중 7313억원이 들어갔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9월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기업 현황’에 따르면 포스코, 외환은행 등 16개 공공기관과 기업들에게 유․무상으로 들어간 대일 청구권 자금은 1970년 기준 3억6485만달러다.

이 금액은 한국은행 물가상승배율과 당시 환율(1달러당 300원)등을 감안해 지난해 9월 수준으로 환산했을 때 약 2조2300억원 규모다. 외환은행이 8129억원으로 가장 많이 지원을 받았고 포스코 7313억원, 한국수자원공사 1531억원, 중소기업은행 1502억원, 코레일 1295억원 순이었다.

김 의원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받은 포스코, 외환은행 등 16개 공기업 및 은행 등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가족 지원에 적극 나서도록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 또한 같은 입장이다. 위안부 합의, 소녀상 등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새롭게 대일청구권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해당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들의 입장

먼저 대일 청구권 자금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 외환은행은 현재 하나은행에 인수돼 KEB하나은행의 일부가 된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민국 만세적금이라는 상품을 내면서 계좌당 일정 금액을 적립해 독립유공자 후손 및 해외 항일 독립유적지 복구 사업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나름 신경을 써왔다는 해명이다. 지난해 12월 KEB하나은행이 국가보훈처에 전달한 대한민국만세 예·적금 판매 출연금은 약 3억2000만원이었다.

두 번째로 많은 대일 청구권 자금을 지원받은 포스코 측은 “일제 지배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에 출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 만드는 재단에 기부형식으로 100억원 가량 출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세워졌고 정부 예산 30억 3000만원과 포스코가 3년 동안 내놓기로 약속한 100억원 가운데 1차분인 30억원이 지원됐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직접적으로 징용피해자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댐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국가 차원에서 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을 뿐 특별히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공기업들 일제 피해자에 더 관심 가져야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단체 및 시민사회 인사들은 대일 청구권 수혜 금융사 및 기업들의 일제 피해자 지원이 크게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은 2014년 11월 “정부가 사용한 대일 청구권 자금 가운데 무상원조 금액인 3억 달러를 피해자 배상하라”며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은 기업체들에게 갈 돈이 아니고 직접적인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가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체결했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가진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며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제는 우리 피해자들이 소송을 해도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 지원 법률을 제정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향후 예산 확보 등 조건이 충족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난 뒤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국회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내세우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법안은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은 “한국 국민들은 광복절하고 한·일 축구경기 할 때만 되면 반일 민족인사인양 행동하지만 정작 마땅한 일을 해야 할 때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일 청구권 수혜기업에 대해서도 “자기 이익만 챙기고 일제 피해자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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