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정위 힘 빠지면 안 된다
[데스크칼럼] 공정위 힘 빠지면 안 된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7.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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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오 부국장

[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무뎌진 것일까?

공정위는 신한·KB국민·NH농협·우리·KEB하나·SC제일 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CD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담합행위에 관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심의절차를 종료했다”고 6일 발표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추가적인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혐의와 다르지만 뚜렷한 담합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사실상 무협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단국 이래 최장기 조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번 CD금리 담합조사는 2012년부터 4년 동안 진행됐지만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 될 모양새다.

공정위는 당초 은행 CD금리에 대해 담합이라는 확신을 굳히고 있었다. 그 근거로 통화안정증권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는 기간에도 6개 은행의 CD금리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CD금리가 은행채 금리만큼 떨어지면 그만큼 이자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CD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담합했다는 판단이다.

은행들은 CD금리가 변동하지 않은 것은 CD발행량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은행 측은 거액의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채와 소규모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3개월물 CD금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담합의 결정적인 증거로 판단했던 메신저 채팅에 대해서도 무리한 추정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 실무자들은 발행시장협의회라는 채팅방을 통해 CD 발행금리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실제 채팅방에서는 “오늘 시장 한번 죽여보자” “CD 연동자산 가장 많은 A은행이 올려라”. “CD가 올라야 좋다. 수수료가 올라야 하는데” 등의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대화 참여자들 간에 CD금리 담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근거다.

은행들은 채팅방에 있는 대화의 전후 맥락을 공정위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권한 없는 직원들 간의 정보 교환은 담합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CD금리 담합의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메신저 내용은 결국 은행들이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4년간 진행되던 조사가 일단락되자 일단 촉각을 곤두세웠던 해당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경우 부당이득에 대한 수천 억 원의 과징금은 물론, 신인도 하락과 은행을 상대로 한 대출자들의 대규모 소송전도 감수해야 할 위험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의욕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사건이 근거 불충분으로 끝남에 따라 공정위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농심 라면 값 담합 소송에서 공정위의 결정을 뒤집었다. 이어 올해 5월에도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공정위의 지급명령을 파기 환송했다. 때문에 공정위가 소극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경제 검찰로서 저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무리한 법 적용은 경계해야 하지만 말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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