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룸메이트의 엇갈린 명암
기숙사 룸메이트의 엇갈린 명암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07.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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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넥슨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김정주 NXC 회장은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돼 정치적인 비리 문제로 불거지고 있고, 300억을 투자해 출시한 최신작의 흥행성적표가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게임 콘텐츠 문제로도 곤욕이다. 반대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미국과 일본에 동시 상장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IT업계 두 거물의 명암이 극명한 여름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정주 NXC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KAIST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할 때 기숙사 룸메이트를 지내기도 해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 김정주 NXC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사업방식과 지배구조의 차이

김정주 회장과 이해진 의장은 각각 넥슨과 네이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IT벤처계의 신화로도 불리며 각자의 방식으로 입지를 다졌다. 두 사람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방식과 지배구조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타고난 장사꾼으로 평가한다. 돈이 되는 사업을 찾는 데 탁월한 감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내부 개발에 집착하지 않고 2000년대 초반부터 우량 게임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넥슨의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스튜디오를, 2008년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2010년 ‘서든어택’으로 유명한 게임하이를 각각 인수했다. 이게 현재 넥슨을 만든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업계에서 “몸집 불리기의 귀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은 10년 전 넥슨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했다. 넥슨은 2005년 10월 넥슨과 넥슨홀딩스(현 NXC)로 물적분할했다. 이를 통해 넥슨은 지주회사 넥슨홀딩스의 100% 자회사가 됐다. 넥슨은 NXC에서 넥슨재팬, 이후 현재 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완성했다.

김 회장은 NXC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김 회장이 지주사인 NXC를 통해 넥슨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다. 넥슨을 지휘하는 총 책임자로서 표면적인 영향력도 상당하다.

반면 이 의장은 영향력이 전면에 드러나는 스타일은 아니다. 네이버를 만든 설립자지만 최대 주주는 아니다. 2016년 3월 기준, 네이버 지분 4.6%만 보유하고 있다. 이 의장이 보유한 라인 스톡옵션도 신중호 네이버 최고글로벌책임자(CGO)보다 적다.

삼성SDS에서 사내 벤처 ‘네이버컴’를 만든 후 독립하여 2009년 네이버를 창업했고 2000년 김범수가 이끄는 한게임과 합병한 후 NHN을 설립하여 공동 CEO가 됐다. 2004년부터는 이사회 의장이자 CSO(Chief Strategy Officer)를 맡았다. 현재는 한게임과 분사해 회사이름을 네이버로 변경해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라인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네이버에 대한 경영권은 제가 열심히 해서 지키는 것이지 보유한 돈이나 다른 사람의 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네이버와 계열사에는 현재 이 의장의 친인척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만에 얼굴 비친 두 사람

업계에서는 김정주 NXC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언론에 잘 나타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주 회장은 뇌물혐의로 검찰에 출두했고 이해진 의장은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 얼굴을 오랜만에 비쳤다. 모습을 드러낸 장소의 차이가 극명하다.

검찰이 진경준 검사장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면서 김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넥슨이 개발비 3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야심작 ‘서든어택2’도 초반흥행이 부진하다.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성 상품화 문제와 여성 성우 계약 해지 등 성차별적인 문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13일 김정주 NXC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 = 뉴시스>

콘텐츠나 게임 실적의 흥행 문제는 넥슨의 부진이지만 넥슨을 뒤에서 진두지휘하는 오너에 대한 책임배제는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오너가 정치적인 비리 사건에 연루돼 의혹을 받고 있어 여론도 기울었다. 김 회장은 1994년 회사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김 회장은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등 넥슨의 많은 히트작들을 성공시켰고,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 벤처계의 신화로 불렸던 인물이다. 여론의 관심이 더 뜨거운 이유다.

반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곳은 지난 15일,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 석상이었다. 외부노출을 꺼리는 은둔형 CEO로 정평이 나있는 이 의장이 공식 석상에 직접 등장해 과감한 포부를 드러냈다.

이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해외로 나가는 과감한 도전을 성공한 첫 사례가 됐다”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처음으로 자금 여유가 생겨 이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 투자를 늘려 글로벌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에 상장했는데, 첫날 주가가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육박했다. 라인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1조5천억 원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넥슨과 네이버...기회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5년 전 1300억 원대에 사들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회장은 또 다시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넥슨 측은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김 회장이 진 검사장과의 관계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 수석과의 부동산 거래의혹으로 신뢰를 더 잃고 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넥슨의 첫 게임이었던 RPG게임 바람의 나라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넥슨은 게임시장 자체를 선도하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수출했고, 우리나라가 콘텐츠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의혹과 비리가 사실이라면 책임을 져야하지만, 넥슨이 IT기업인 만큼 오명을 벗을 수만 있다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의장의 네이버는 다음 달 1일 자회사 스노우의 분할을 앞두고 있다. 자회사 캠프모바일의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어플리케이션 스노우가 일본, 중국 등에 인기를 얻어 '한국판 스냅챗'으로 불리자 스노우를 캠프모바일과 분할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공격적 투자라는 이미지가 김 회장에서 이 의장으로 옮겨간 듯 보인다.

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두 사람의 2016년이 다른 의미로 뜨거운 상황이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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