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기본법 위반”…"업무 중복 않는다"
“자격기본법 위반”…"업무 중복 않는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8.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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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보험연수원의 보험조사분석사 자격 신설에 대해 한국손해사정사회(손사회) 측이 보험계약자 등의 피해와 관련 법률 저촉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손사회는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신청과 보험조사분석사 등록승인처분취소청구를 위한 소장을 제출했다. 효력정지 신청과 소장 모두 금융위원회(금융위)를 상대로 하고 있어 금융위와의 치열한 논리싸움이 예상된다.

▲ 손사회 측은 “보험조사분석사의 직무 내용 가운데 ‘손해액 산정, 보험금 지급 등 보험업무 전 단계에서 보험사고의 조사, 분석’은 보험업법 또는 변호사법에 의거해 해당 법령의 직무내용과 저촉돼 무자격자의 행위가 금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금융위의 보험조사분석사 제도 승인은 위법” = 손사회 측은 효력정지 신청문에서 민간자격인 보험조사분석사는 법령 규정 및 대법원 판례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사회가 보험조사분석사 문제에 대응하면서 들고 있는 법령 규정은 자격기본법 제 17조 제 1항 제 1호다. 이와 함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4.26. 선고 2011두9874 판결)도 제시하고 있다. 자격기본법 제 17조에 따르면 국가 외 법인·단체 혹은 개인은 누구든지 민간자격을 신설해 관리·운영할 수 있지만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분야 등의 경우에는 민간자격을 만들 수 없다.

보험조사분석사의 업무 중 ‘손해액 산정, 보험금 지급 등 보험업무 전 단계에서 보험사고의 조사, 분석’은 손해사정사의 업무와 겹친다는 것이 손사회 측의 주장이다. 보험업법 제 186조와 제 187조에 따르면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 업무는 손해사정사 시험에 합격하고 실무수습을 끝낸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사업 등록을 한 자 외에는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자격기본법 제 17조 제 1항 제 1조의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분야’란 일정한 직무수행을 내용으로 하는 민간자격에서 그 직무내용인 행위가 강행규정에 따라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경우이거나 무자격자의 직무수행이 국가 자격 관련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여 보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손사회 측이 들고 있는 판례의 내용은 보상관리사(보)문제다. 사단법인 한국토지보상관리회는 자신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보상관리사(보) 자격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민간자격으로 등록해 달라고 신청했었다.

그러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보상관리사(보)자격의 직무 내용 중 ‘보상협의, 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 ‘보상 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 관련 업무’는 구(舊)변호사법에 저촉되며, ‘토지 등의 등기 관련 업무’는 법무사법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자격 등록을 거부했다.

◇ “손사회 측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 = 손사회 측의 지적에 대해 보험조사분석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보험연수원 측은 손사회 측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연수원 측에 따르면 손해사정사는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산정을 하고 보험조사분석사는 보험범죄의 예방 및 적발을 위해 일한다. 각각의 자격을 받기 위한 교육내용과 시험과목도 크게 다르다.

아울러 손해사정은 현행법 상 손해사정사가 수행하고 손해사정서류를 확정해야 하므로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자가 대신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고 보험연수원 측은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일정 인원의 손해사정사와 손해사정사 보조인을 고용하거나 손해사정업자에게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을 맡기도록 돼 있다. 그런데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조사분석사 같은 유사 손해사정사 자격을 가진 이들에게 보험사들이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을 의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보험사는 훨씬 낮은 비용을 들여 손해사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예상이 나온 배경에는 보험사들과 보험사들에게서 손해사정 작업을 위탁받은 손해사정업체들의 지속적인 손해사정사 고용 의무 규정 및 보조인 제한 규정 폐지 요구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보험연수원 측은 보험조사분석사 제도는 손해사정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나온 제도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손해사정사는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국가자격이지만 보험조사분석사는 조사업무 종사자의 능력을 확인하는 민간자격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연수원 측은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이 손해사정사 대체 자격이거나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이 붙어 있는 자격이라면 당연히 제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보험조사분석사 업무가 손해사정사 업무와 중복되지 않으며 자격개발단계에서 법률적 부분을 모두 검토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는 것이 보험연수원 측의 설명이다.

손사회와 법정에서 맞서게 될 금융위 측은 손사회의 주장에 대해 “자격기본법을 보면 다음 각 호에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에는 등록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금지사항이나 해당 부처의 등록금지사항으로 되어 있다거나 하는 경우는 안 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이 금융위와 관련된 민간자격증 신청을 하면 금융위에서 의견을 보낸다”며 “그러면 직업능력평가원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걸로 안다. 금융위가 따로 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 “보험조사분석사 제도, 변호사법에도 저촉” = 손사회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등록승인처분취소청구 소장에서 보험조사분석사 제도가 변호사법에도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보험조사분석사 제도를 둘러 싼 논쟁이 변호사 업계로 확산될 수도 있어 보인다.

변호사법 제3조는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 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변호사 자격 소지자의 직무로 하고 있다. 변호사법에는 자격이 없는 자가 직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금지규정(변호사법 제34조) 및 처벌규정(변호사법 제109조)이 있다.

손사회 측은 “보험조사 분석사의 직무 내용 가운데 ‘손해액 산정, 보험금 지급 등 보험업무 전 단계에서 보험사고의 조사, 분석’은 보험업법 또는 변호사법에 의거해 해당 법령의 직무내용과 저촉돼 무자격자의 행위가 금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손사회 측은 “보험조사분석사의 영문 명칭이 ‘Certificate Insurance Fraud Investigator(CIFI)’ 인데 이는 곧 ‘보험사기 범죄 조사관’이라는 말”이라며 “보험사기 범죄의 적발, 예방 업무는 국가 형벌권과 관련된 것으로 형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범죄 수사 업무에 관한 제반 법령에 따라 검찰·경찰·법률의 위임을 받은 특별 사법경찰관만이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손사회는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이 보험업법이나 변호사법 뿐만 아니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검찰청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 자격기본법 제 17조

따라서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보험연수원이 등록 신청한 보험조사분석사가 금융위에서 거부 처분이 났어야 하는데 지난 6월 8일 등록처분을 했으므로 이것이 잘못됐다고 손사회 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보험회사 SIU부서 직원은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취득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회사가 가진 고유권한인 보험사고조사권리에 근거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제도는 특정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은 민간자격으로 보험업법, 변호사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서 규정한 금지분야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법은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법률사무’를 변호사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보험조사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의 보험사기조사는 소송행위를 전제하지 아니한 ‘사실조사행위’로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일반법률사무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대해서는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를 경찰관의 직무로 규정하는데, 해당 업무 종사 직원의 보험사기조사업무는 보험회사 등의 재산권 보호,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형사소추 및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법률상 ‘수사권과 강제력이 없는 조사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이어서 경찰관직무집행법도 위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외에 손사회는 자격기본법 시행령 제23조를 보면 “주무부장관은 법 제17조제1항 각 호에 따른 민간자격의 신설 금지분야에 관한 세부 사항을 해당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및 교육부장관이 구축하는 자격정보시스템(이하 ‘민간자격정보시스템’이라 한다)에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금융위는 이 사건과 관련 있는 금융서비스, 보험, 회계 및 손해사정 등에 관한 주무부서이면서도 이와 같은 공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자신이)알고 있기로는 재량사항으로 안다”며 “교육부나 직업능력평가원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 법정공방 치열할 듯 = 손사회 측의 문제제기가 법원 소송으로 발전하면서 손사회와 금융위 간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수원 측의 부인에도 손사회는 보험조사분석사 제도가 중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손사회와 금융위의 법정공방에 보험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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