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에는 히딩크가 필요해
산은·수은에는 히딩크가 필요해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0.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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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은행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와 두 은행이 그동안 기업들을 지원해 오면서 발생한 부실 처리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과 경제계에서는 산은과 수은 직원들의 고액 연봉 문제 등 산은과 수은 내부 문제점도 있지만 시중은행들이 하기 힘든 기업 대형 프로젝트 대출을 도맡아 하면서 산은과 수은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중소기업 지원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책은행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한 수은 관계자는 “그동안 수은이 중소기업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시중은행들이 힘들어 하는 대기업들의 거대 플랜트 사업을 지원해 왔고 수출을 열심히 하는 중소기업들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약점 = 산은과 수은은 초(超)엘리트들이 근무하는 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은과 수은은 국책은행이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다. 따라서 취업시장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은 의문을 제시한다. 초(超)엘리트들이 모인 산은과 수은이 왜 부실은행이 돼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탈무드에 나오는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부대가 양이 이끄는 사자 부대를 이긴다’는 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그동안 산은과 수은을 지배했던 정부 권력이 산은과 수은 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은과 수은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나온다. 산은과 수은이 바로 설 수 있는 방법은 뛰어난 경영자를 영입하고 정부가 산은과 수은 경영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산은과 수은의 현실은 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을 모았다고 해도 최고경영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거나 무능하면 조직이 부실해질 수 밖 에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발전전략 = 산은은 지난 4월 1일 창립 62주년을 맞아 KDB혁신캠페인 추진안과 정책금융 강화방안을 내놓았고 6월 23일에도 혁신안을 내놓았다.

산은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 중복 상품 통합 및 정비 △ 미래성장동력산업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Step-up 대출 및 대출전환옵션부 전환사채(CB)도입 △ 예비 중견·중견기업 앞 자금공급 확대 △ 기업특성별·성장단계별 육성프로그램 신설 △ 성과 중심의 인사·조직 제도 개선 △ 출자회사 관리 강화 △ 구조조정 역량 제고 △ 여신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 등이다.

수은이 6월 23일 내놓은 혁신방향은 크게 ‘필수적인 정책금융 지원강화’와 ‘엄정한 경영관리 체계 확립’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혁신 세부 과제는 △ 국내기업 해외진출 선도 △ 수출 전략산업 육성 △ 건전성 선제관리 △ 책임경영 강화 △ 조직운영 효율화 등이다.

산은과 수은의 대책에 대해 은행권 인사들은 ‘혁신적 대책이기는 하지만 두 은행이 번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산은과 수은에 대해 “지난해 매각이 답이었으나 늦었다”며 “지금으로서는 기업회생 유인체계가 작동하게 설계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인사들은 아울러 산은과 수은이 앞으로 정부 도움 받는 일 없이 번창하는 은행이 되려면 근본적으로 돈 잘 버는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매금융으로 국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는 어려운 만큼 투자은행이나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언이다. 물론 해외 진출은 필수다. 국내에서 편하게 돈 벌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도 있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잃을 것 없는 산은과 수은, 무조건 공격이 답 = 은행권에서는 산은과 수은을 합병해서 비용을 줄인 다음 공격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삼성 같은 대기업과 제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그룹은 거의 모든 금융사를 갖고 있지만 은행은 갖고 있지 않다. 삼성카드와 제일은행은 손잡고 서로를 돕고 있다.

산은이나 수은의 경우 어차피 비좁은 국내시장에서는 큰 돈을 벌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산은과 수은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산은이나 수은이 지금의 불명예를 털고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 히딩크 같은 탁월한 은행 경영자 영입 △ 정부권력으로부터의 독립 △ 탁월한 기업분석 능력 배양 △ 공무원 같은 자세를 버리고 해외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자세 △ 열심히 일했으나 실패한 임직원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합리적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금융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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