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인슈어테크’ 열풍…“보험업계, 적극 투자 나서야”
[이슈 체크] ‘인슈어테크’ 열풍…“보험업계, 적극 투자 나서야”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7.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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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글로벌 보험사들이 첨단 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인슈어테크(InsurTech)’로 4차 산업혁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인슈어테크 투자 금액은 17억달러(한화 약 1조9558억원)에 육박했다. 관련 투자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이뤄졌지만 영국과 독일, 중국 내 투자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보험업계는 관련 시장 투자에 소극적이다. 인슈어테크를 중심으로 한 보험 환경 급변이 예고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외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과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인슈어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은 아직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 8위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인슈어테크 투자에는 미온적이다. 

이에 국내 보험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슈어테크 활성화로 인해 향후 보험산업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소정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 국제 세미나에서 “인슈어테크가 단지 업계의 수익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보험업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라며 “그로 인해 향후 보험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국내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 국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생명보험협회

미래 먹거리

해외 보험사들은 상품 개발에서 보험 심사,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보험업 전 과정에서 인슈어테크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자동차 운행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를 통해 이용자의 보험료를 산정한다. 주행거리와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월간 주행시간, 야간 운전 횟수 등 갖가지 자료들을 수집해 이용자의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고 있다.

영국의 인슈어더박스(InsuretheBox) 또한 운전자의 습관부터 급제동이나 급가속 횟수, 운행 시간대 등 매달 수천만건의 운행정보를 수집해 이에 따른 연계상품을 개발했다. 보험 가입 후에도 이 정보들을 활용해 다양한 부가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메트로마일(Metromile)은 날씨 정보에 기반 한 농작물 보험을 판매 중인데, 미국 전역을 2마일 크기의 섹터로 세분해 각 섹터에서 1만여 시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보험 상품에 반영한다고 알려졌다.

첨단 정보기술은 보험 심사 과정에도 이용된다. AIG그룹은 데이터과학팀을 운영해 보험 가입자와 관련한 정보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용과 리스크 관리를 최적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때 데이터과학팀이 수집하는 정보는 연령, 성별, 직업 등 가입자의 기본적인 개인 정보부터 거주지의 날씨 변화, 인근 의료기관 정보, SNS 이용 성향, 자동차 완충장치 유무 등에 이른다.

고객 소비스 분야에도 인슈어테크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어슈어런스(Assurance)는 콜센터에서 그간 수집한 고객 응대 정보를 분석한 후 콜센터로 전화한 고객에게 기존에 통화한 직원이나 상관도가 높은 직원을 실시간으로 배정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어슈어런스는 매출이 190% 증가하고, 상품 해약 건수와 직원 이직률은 각각 117%, 25%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시기상조?

국내 보험사들도 현장에서 조금씩 인슈어테크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해외의 경우처럼 보험업의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되기보다 고객 편의를 위한 간편 서비스의 성격이 강하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의 홍채 인식 기능을 이용해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대표적인 것이 지문이나 홍채 등을 이용한 생체인증 서비스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출시와 더불어 지문과 홍채인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인확인 절차에 필요했던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등 기존 절차를 대신한다.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 역시 생체인증으로 보험료 계산과 계약 조회, 증명서 발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리안츠생명은 건강관리 앱을 통해 측정한 기록을 바탕으로 일정 금액을 환급해주는 ‘올라잇 페이백’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입자가 해당 앱에서 건강 마일리지를 얻으면 보험료에서 얼마간 환급해주는 서비스다.

현대해상의 경우, 현대차의 ‘블루링크’나 기아차의 ‘유보’ 등 텔레매틱스 시스템에서 수집한 차량 운행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하이카 블루링크·유보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간편 서비스가 선보이기도 했다. 동부화재와 라이나생명은 카카오톡 채팅으로 자사 보험과 관련한 ‘챗봇(Chat-bot)’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보험금 청구 방법 등 이용자가 묻는 질문에 적절히 응답하는 식이다. 아직까진 준비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제한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산업에서 인슈어테크의 도입은 상품 개발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 확대 적용되기 위해선 보험업계의 노력뿐만 아니라 관련 규제 개선 등 그에 걸맞은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최원 보험연구원 신임연구원은 “인슈어테크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등 고려해야 할 민감한 문제가 많은 것도 현실”이라며 “이런 부분을 고려할 수 있는 철저한 관리 체계와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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