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사양길’…3년 새 41.7% 급감
[이슈 체크]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사양길’…3년 새 41.7% 급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0.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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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기계설비나 원자재,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동산담보대출’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 은행권이 지속적으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는 탓이다.

담보 감정이 비교적 쉽고 가치가 확실한 부동산과는 달리 동산담보는 가치 평가와 관리가 어렵다. 더욱이 지난 2014년 모뉴엘 사태 등 동산담보를 악용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은행권이 동산담보대출을 꺼리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은행의 동산담보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14년 6월~올해 6월)간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084억4500만원에서 1796억500만원으로 41.7%(1288억4000만원) 쪼그라들었다.

그래픽=이민섭기자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어려운 농가나 영세업체 등의 자금줄을 터줄 목적으로 등장했다. 공장 기계설비나 철근 등의 원자재, 농축산물, 매출채권 등의 유형 자산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 2012년 6월 동산도 담보 등기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해 8월부터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동안 동산담보대출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2년 6월말 110억1900만원에 불과했던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년이 지난 2014년 6월 3084억4500만원까지 치솟으며 27배 가량 불어난 것.

그러나 같은 해 10월 불거진 모뉴엘 사태 이후 동산담보대출은 탄력을 잃기 시작했다. 모뉴엘 사태는 국내 종합가전업체인 모뉴엘이 분식회계와 수출 채권을 부풀려 은행권에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거액의 자금을 융통해 회사를 꾸리는 등의 사기 행각을 벌인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은행들이 동산담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2014년 6월 최고점을 찍었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같은 해 말 3031억7200만원, 2015년 말 2371억6700만원, 지난해 말 1935억7300만원으로 줄었다.

은행별 동산담보대출 잔액을 보면 올 2분기 말 기준 IBK기업은행이 802억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EB하나은행(389억7400만원), KB국민은행(313억8900만원), NH농협은행(120억4100만원), 신한은행(117억9600만원), 우리은행(52억100만원) 순이었다.

불확실성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실적 부진은 리스크 관리가 힘든 탓으로 풀이된다.

부동산과 달리 동산은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각 은행이 담보물을 일일이 추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채무자가 이미 은행에 잡힌 동산 담보를 다른 은행에 다시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이중 담보제공의 우려, 제3자가 담보물인지 모르고 해당 동산을 선의취득 했을 때 은행의 대항력이 부족해지는 등의 불확실성이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설사 담보권을 온전하게 실행한다 하더라도 해당 동산 담보 시장이 활성화돼있지 않으면 제값을 받고 처분하기도 어렵다. 또 동산은 감가상각이 적용되기 때문에 담보 가치를 판단하기도 힘들 뿐더러 한번 정한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은행의 기피를 부르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동산 담보는 부동산에 비해 위험성이 크고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계 설비 등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아지는 등 그 가치가 떨어져 담보로 받기 곤란하다”며 “동산담보대출은 전(前)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인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고 정권도 바뀐 탓에 은행이 굳이 불확실한 동산담보대출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동산 담보대출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도입해 동산 담보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담보권 실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동산담보대출상품을 내놓는 등 기술 적용을 통해 동산 담보가 가진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은행은 다양한 유형의 동산 담보를 평가할 수 있도록 외부 감정평가기관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유형별로 담보 회수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은행 간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감독당국도 특정 동산 담보의 적격담보 여부 판단 시 동산 담보의 유형별 성격을 충분히 감안하는 등 규제적용의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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