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채용, 필기전형 도입이 ‘채용비리’ 예방?
[기자수첩] 은행권 채용, 필기전형 도입이 ‘채용비리’ 예방?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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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채용비리 논란으로 굳게 닫혀있던 은행권 채용문이 다시 활짝 열렸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에 맞춰 채용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위해 △필기시험 도입 △서류전형 외부기관 위탁 △블라인드 면접 방식 △외부인사 면접 참여 가능 △임직원 추천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필기시험 도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상반기 채용에서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필기전형을 도입했다. 1990년대부터 필기시험을 폐지했던 신한은행 역시 이번 상반기 채용부터 필기전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모범규준은 권고사항이므로 의무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원자 선정에 변별력을 높이고 부정 채용을 예방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두 은행이 적극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서류나 면접 전형 등이 평가자의 주관이나 위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배제할 ‘시험 성적’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확보하면 그만큼 채용비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나올 법 하다.

하지만 필기 전형이 채용비리 예방 장치로써 별 힘을 못 쓴다는 점은 이미 다른 은행들이 보여준 바 있다. KB국민과 KEB하나은행은 기존에도 자체적으로 필기전형을 진행하던 곳들이다. 하지만 두 은행에서도 수십 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고, 여기서 필기시험 점수는 무의미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 검사결과에서, 채용절차에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모 은행은 임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사례가 있다. 다른 은행에서도 해당 은행 임원의 지인 등에 대해 필기전형 최하위권임에도 우대조건을 붙여 통과시킨 경우도 있다.

따라서 ‘채용비리 예방’을 위한 필기전형 도입은 그다지 공감을 받기 힘든 내용이다. 오히려 채용비리 시작의 대다수가 임원‧외부 추천 및 청탁인 만큼 ‘임직원 추천제 폐지’를 더 강조하는 것이 나았을 법 싶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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