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공인인증서 대체 선언했던 ‘뱅크사인’…출시 두 달째 이용률 0.07% ‘흥행 참패’
[이지 돋보기] 공인인증서 대체 선언했던 ‘뱅크사인’…출시 두 달째 이용률 0.07% ‘흥행 참패’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1.12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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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은행연합회 회장, 홍원표(앞줄 왼쪽 세번째) 삼성SDS 대표이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은행권 블록체인 플랫폼 및 '뱅크사인' 오픈 행사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영(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은행연합회 회장, 홍원표(앞줄 왼쪽 세번째) 삼성SDS 대표이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은행권 블록체인 플랫폼 및 '뱅크사인' 오픈 행사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연합회가 야심차게 선보인 전자인증수단 ‘뱅크사인(BankSign)’이 은행권과 금융 고객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8월말 회원사(은행)와 함께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보안성을 높이고 사용이 편리한 전자인증수단 ‘뱅크사인’을 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출시 두 달째 현주소는 ‘흥행 참패’다. 이용률이 1%도 넘지 못하고 있는 것.

소리만 요란했던 이유는 사용 범위 한계와 금융 고객을 끌어들일 재료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발급 과정 역시 공인인증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복잡하다.

더욱이 뱅크사인을 적극 알려야 하는 은행권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12일 이지경제가 뱅크사인 출시 후 7일 현재까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마켓 구글플레이에서 앱 다운로드수를 조사한 결과, 약 5만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모바일뱅킹 실제 이용 고객 수(최근 1년간 이용실적이 있는 고객/자료: 한국은행)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600만9000명(복수 은행 이용자 중복 합산)이다. 즉 모바일뱅킹 이용자 중 0.07%만이 뱅크사인을 선택한 셈이다.

한편 뱅크사인은 은행연합회와 회원은행들이 공동으로 준비해 온 전자인증 수단이다.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목적으로 삼성SDS에 투자해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분산장부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해 이용자가 은행 한 곳에서 뱅크사인을 발급받으면 이 정보는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은행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즉 다른 은행을 이용할 시 별도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거나, 타행 인증서 등록 등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

여기에 보안성을 더욱 높이고 유효기간도 공인인증서(1년)보다 긴 3년으로 해 편의성까지 더했다는 설명이다. 개발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거래 환경 테스트를 시행했고, 막바지 점검을 위해 서비스 개시를 한 차례 연기하는 등 출시에 대단히 공을 들였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굴욕

뱅크사인이 굴욕적인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있는 이유는 금융고객이 기존 공인인증서와의 차이를 체감할 만한 요소가 없는 탓으로 풀이된다. 즉 소비자가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공인인증서를 버리고 굳이 뱅크사인으로 갈아타게끔 할 만한 매력이 부족한 것.

먼저 발급 과정이 공인인증서 못지않게 복잡하다. 뱅크사인 앱을 휴대폰에 설치한 후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뱅킹을 통해 ‘약관 및 개인정보 처리 동의→휴대폰 본인 인증→은행에 개설된 계좌 및 비밀번호, 보안카드/OTP(일회용비밀번호) 인증→뱅크사인 개인식별번호(PIN번호) 및 지문․패턴 등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전에 영업점에서 인터넷뱅킹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보안카드와 OTP 등 보안매체를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등록할 수 없는 등의 요소도 공인인증서와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발급 등 등록 과정이 이렇게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안내가 부실했다. 앱과 구글플레이 어느 곳에서도 절차를 안내하지 않았던 것. 불만의 목소리가 높이지자 최근에서야 구글플레이에 설치 방법 안내 문구가 소리 소문 없이 등장했다. 탁상행정을 꼬집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장점으로 내세운 간소화된 인증 방식 역시 그다지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뱅크사인은 6자리의 개인식별번호(PIN)를 기본 인증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10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지정해야 하며, 영문/숫자/특수문자로 조합해야 하는 등 조건이 보다 까다로운 공인인증서에 비하면 훨씬 여유롭다. 더욱이 자체적으로 패턴이나 지문인식 기능도 지원한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 앱에서는 이미 지문․홍채 인식 등으로 패스워드를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인증방식인 것.

또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이 모바일 뱅킹 앱 자체에서 곧바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뱅크사인은 ‘은행 로그인 시도→뱅크사인 앱 실행→인증→로그인 완료’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속도가 더 늦다.

한계

뱅크사인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역시 제한적이다. 공인인증서는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카드, 보험 등 다른 금융거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도 신원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한다. 이와 달리 뱅크사인은 오로지 은행 업무에서만 이용처가 한정된다. 범용성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게다가 뱅크사인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로그인 및 조회나 이체 등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지만 대출 신청 등 여신 관련 업무에서는 뱅크사인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뱅크사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늘려나가기 위해 각 은행과 공공기관,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며 “앱도 소비자들의 불편사항이나 요구를 수용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외면

뱅크사인의 부진에는 은행들의 비협조도 한 몫 한다. 은행권 ‘공동’인증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활용 여부와 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이 은행들이 재량으로 정하고 있는 것.

때문에 뱅크사인 모바일‧PC버전 버전을 둘 다 지원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모바일에서만 서비스하는 등 중구난방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한국씨티은행 등은 시스템 개발 일정 등을 이유로 뱅크사인 도입을 미루고 있다.

대고객 홍보 역시 부족한 상황. 현재 은행연합회만 자사 홈페이지에서 팝업창을 통해 뱅크사인을 알리고 있다. 직접 고객을 맞이하는 각 은행은 뱅크사인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 전무하다.

은행권은 불완전한 뱅크사인의 홍보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PC 양쪽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기존 계획과 달리, 최근에서야 일부 은행만 PC버전을 내놨고 이용 범위도 제한되는 등 아직 완전한 서비스라 보기 어렵다”며 “기존의 공인‧생체인증서와 각 은행의 인증서비스도 건재한 상황에서 불완전한 뱅크사인의 홍보를 굳이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연합회와 각 은행 간 뱅크사인 사용범위 등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급하게 서두르며 출시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에 뱅크사인의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하는 한편 은행연합회가 주도적으로 개별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해 금융 고객 대상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연말연시에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OTP(일회용비밀번호) 이용기간 만료로 재발급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 기간을 활용해 고객에게 뱅크사인을 알리고 사용을 권유하는 등의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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