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말 많고, 탈 많은 P2P대출, 절반 이상이 부동산…연체율 상승에 부실 우려↑
[이지 돋보기] 말 많고, 탈 많은 P2P대출, 절반 이상이 부동산…연체율 상승에 부실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5.08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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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P2P(개인 간 거래‧Peer to Peer)대출 시장이 변질되고 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 등 전통적인 대출 창구의 대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부동산 담보 등 기존 금융사의 대출 행태를 닮아가는 탓이다.

더욱이 방만한 운영으로 연체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법제화를 통해 P2P대출시장을 제도권에 두고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8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4개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은 3월말 기준 3조6302억원이다. 이는 2년 전인 2017년 3월(7340억원) 대비 5배 넘게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2960억원)과 비교해도 1년 새 58.1%(1조3342억원) 늘어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P2P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은행 등 일반적 대출이 어려운 차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 사업이다. 이후 대출자로부터 원금과 이익을 되돌려 받아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P2P 대출업체는 이같은 대출 과정에서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개한 뒤 수수료를 취득한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연체율도 높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은 고위험 고수익 형태다. 리스크가 상당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많은 투자자가 P2P대출에 관심을 가지면서 폭발적인 투자와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신용대출 비중은 낮은 반면 부동산 등 담보 위주의 대출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P2P대출 중 신용대출 누적액은 3월 말 기준 1348억원으로 전체 대출액(3조6302억원)의 3.7% 불과했다. 반면 부동산담보대출 누적액은 1조1722억원으로 32.3%의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액(1조1436억원)까지 더하면 부동산 관련 대출만 63.8%에 달한다.

이밖에도 ▲매출담보 5167억원(14.2%) ▲동산담보 3064억원(8.4%) ▲자산유동화담보 2788억원(7.7%) 등이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대안이라는 역할과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부동산 담보를 사랑(?)하는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의 행보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연체율

P2P대출이 은행권과 비슷한 대출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건전성은 기존 금융권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한참 못 미친다.

P2P대출 연체율은 3월 말 기준 7.07%다. 올해 1분기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평균 0.29%,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통상 4.5%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연체율은 현재 미상환된 대출 잔액 중 30일 이상 연체 중인 잔여원금 비중을 말한다. P2P대출 연체율은 지난 2017년 3월 0.67%에서 지난해 3월 2.21%, 올해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악화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들쑥날쑥한 모습이다. P2P협회 회원사 44개 업체 가운데 20개 업체는 연체율 0%로 양호하다. 그러나 한 업체는 연체율이 100%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또 60%가 넘는 곳이 3개사, 30%를 상회하는 업체도 8개사에 달했다.

양적 성장은 급속도로 이뤘지만 질적인 성장은 애매모호한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금융당국도 옆길로 새고 있는 P2P대출시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대출관련 필수정보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적 규제라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할 P2P금융협회 회원사 중 부실화된 업체가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최근에는 P2P금융업계를 아예 제도권 내에 안착시키기 위한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P2P업체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과 금리 책정, 자기자금 투자비율 등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도 법제화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P2P금융이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받아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권에 들어서는 것이 필요한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P2P금융협회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5개 단체는 ‘P2P금융 법제화 지지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통해 “건전한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자정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의 사기 대출 등으로 소비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며 “피해 사례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제화에 박차가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법제화가 이뤄지더라도 규제 강화보다는 업계 내부에서의 자정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제화가 이뤄지더라도 혁신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제 강도가 최소화돼야 할 것”이라며 “P2P업체도 법제화만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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