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오토론, ‘질주’ 본능 과시하다 급브레이크…부실 우려에 대출 한도·기간 ‘반 토막’
[이지 돋보기] 은행권 오토론, ‘질주’ 본능 과시하다 급브레이크…부실 우려에 대출 한도·기간 ‘반 토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6.0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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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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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은행권 오토론(자동차 대출)에 제동이 걸렸다.

높은 한도와 대출 기간 등 은행권 오토론이 지닌 강점들이 칼질을 당한 이유에서다. 더욱이 연체율도 경고등이 켜져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오토론 상품의 대출 한도와 기간이 지난달 20일부터 일제히 줄었다.

은행권 오토론은 그동안 신차와 중고차 구분 없이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신차 최대 6000만원, 중고차 최대 4000만원으로 한도가 대폭 낮아졌다.

더욱이 중고차의 경우 차량 가격의 110%까지 대출 가능했던 시세 인정비율이 100%로 축소됐다. 대출 기간 역시 중고차에 한해 최대 10년에서 5년으로 반 토막 났다.

은행권 오토론은 그동안 기존 자동차금융 시장 강자인 캐피탈보다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 긴 대출 기간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려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 금융을 이용할 수 있어 부담이 적고, 높은 한도로 차량 구매의 선택지도 다양해지다보니 은행권으로 발길이 쏠린 것이다.

실제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의 자동차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오토론 대출 잔액은 5조3157억원이다. 이는 ▲전년 말(2조5854억원) 대비 105.6%(2조7303억원) ▲2016년 말(1조3904억원)보다 282.3%(3조9253억원)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한도와 기간이 대폭 칼질되면서 차별성은 사라지고 제2금융권과 별반 다를 게 없어진 모양새다.

은행권의 오토론 조건이 후퇴한 것은 SGI서울보증보험이 은행권의 자동차대출 보증 한도를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오토론 상품 대부분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다. 대출자가 상환을 하지 못하더라도 보증보험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것.

은행권이 위험 담보로 취급되는 자동차 관련 대출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덕분이다. 반대로 보증보험의 한도 결정에 따라 은행들의 오토론 조건도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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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보증 한도가 내려간 것은 최근 들어 은행권 오토론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2월 기준 국내 은행권 자동차대출 가운데 연체대출 채권 잔액은 619억원으로 연체율은 1.08%였다. 이는 같은 달 은행권 전체 대출 연체율(0.5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계대출 연체율(0.33%)과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다. 은행권 건전성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2012년 2월(1.13%)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토론 연체율은 2016년 말 0.45%을 기록하며 일반 신용대출과 비슷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은행들이 오토론 규모를 키우면서 2017년 0.95%에 이어 현재에 이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고차 오토론의 경우 2016년 0.62%에서 올해 2월 2%로 크게 올랐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도 오토론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테마검사의 대상으로 은행권 오토론을 지목한 바 있다. 테마검사는 특정 이슈를 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금융사들의 해당 부문만 들여다보는 금감원의 검사 방식이다. 대출 규모의 급증에 따른 건전성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피해를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은행권은 오토론 부실화와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대출 옥죄기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오토론이 크게 성장한 것은 제2금융권 할부 등 다른 업권보다 금리가 저렴해 소비자들이 찾게 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대출 기간을 줄이는 등 문턱을 높이면 오히려 소비자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체율 상승에 금융당국이 주시하자 서울보증보험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돈 떼일 염려가 없다고 도덕적 해이에 빠져 과도하게 영업에 나서지 않도록 은행도 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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