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코로나19에 ‘재택근무’ 등 컨트롤타워 사수 대작전…그런데 현장은?
[이지 돋보기] 은행권, 코로나19에 ‘재택근무’ 등 컨트롤타워 사수 대작전…그런데 현장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3.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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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병희 기자, 뉴시스
사진=문병희 기자,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코로나19로부터 컨트롤타워 즉, 본점을 사수하기 위해 재택근무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각 은행은 본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순환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또 대체 사업장을 마련해 본점의 인력을 분산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컨트롤타워인 본점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은행권은 본점 사수에 총력 태세로 나서면서도 정작 감염 우려가 더 높은 일선 영업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고객을 대면하는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 등의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선 영업점은 전전긍긍이다. 대체로 본점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지만 감염 공포가 상당하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본점 인원 일부를 순환 재택근무 시키거나 대체 근무지를 확보해 분산 배치하는 등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본점을 폐쇄한 한국수출입은행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발생해도 금융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각 금융사에 공지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본점 부서를 4~5개조로 나눠 전체 인력의 20%를 재택근무로 돌렸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그룹 인원은 서울 강남과 영등포, 일산 스마트워킹센터 및 광교 백년관, 죽전데이터센터 등으로 분산 배치했다.

아울러 본점 건물 폐쇄로 전체 인력이 일시 자가 격리되는 상황을 대비해 현 근무지 외에 대체 근무 가능한 사무실과 종합상황실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도 같은 달 28일부터 중앙본부, 영업본부 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사무소별 필수인력 등을 고려해 총 인원의 30% 이내 수준에서 1주(5영업일) 단위로 4개조를 편성해 재택근무 하도록 조치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2일부터 본부 부서 직원을 5개조로 나눠 20%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 방배동과 망우동, 청라글로벌캠퍼스 등 서울 및 수도권 인근에 대체사업장을 마련해 분산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28일 한시적으로 본점 직원 15% 수준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현재는 서울 여의도 본점과 별관, 세우빌딩 등에 분산근무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본점 직원들이 서울 중구 우리금융 남산타워와 서울연수원, 경기 성남 BCP센터 등 대체사업장에서 분리 근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현실

문제는 은행권의 코로나19 대응 조치에서 영업점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점은 본점 대비 감염 위험이 훨씬 높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공단금융센터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아 24~25일 해당 영업점을 폐쇄했다. KB국민은행도 강원 원주종합금융센터에 확진자가 방문해 이달 2~4일 임시 영업중단하고 방역작업을 벌였다.

우리은행은 서울 은평성모병원 출장소 영업이 중단(2월21일)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 전체가 폐쇄되며 해당 출장소도 문을 닫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각 영업점을 대상으로 한 재택 및 분산근무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업무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 잦은 만큼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라도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무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방문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면 수요가 상당한 만큼 영업점 업무를 단축하거나 재택근무로 돌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장

일선 영업점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는 본점 입장을 공감하지만 감염 위험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이지경제가 이달 12일 서울 서초구 일대 KB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농협은행의 영업점 5곳의 코로나19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영업점 입구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출입에 앞선 소독을 권장하고 있다. 또 내방객의 접촉 빈도가 높은 자동화기기와 소파, 필기구 등에 대해 수시 소독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마스크 미착용시 상담 등의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도 이뤄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A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메르스 등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재택근무는 시행하지 않았다. 영업점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근무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면 불안감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워한 B은행 영업점 직원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영업점 안팎의 위생관리에 보다 신경 쓰고 있다”면서 “고객 응대와 감염 위험이 교차하다 보니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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