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호반건설, 서울 강남 재건축 깃발 꽂나…‘신반포15차’ 삼성‧대림과 한판승부
[이지 돋보기] 호반건설, 서울 강남 재건축 깃발 꽂나…‘신반포15차’ 삼성‧대림과 한판승부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3.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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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호반건설이 32년 만에 서울 강남 입성을 노린다.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는 호반건설과 함께 삼성물산‧대림산업이다. 3파전 양상이지만 관련업계는 2강(삼성‧대림) 1약(호반)이라는 평가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는 싸움이다. 승리한다면 주택사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강남 한복판에 호반써밋 간판을 내걸게 돼 브랜드 가치를 급상승시킬 수 있다. 패하더라도 골리앗들과 자웅을 겨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수주전 참전이 기업공개(IPO)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승패를 떠나 기업 가치 제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마감된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호반건설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각 건설사는 입찰 마감 전 보증금 500억원(현금 300억원, 이행보증보험증권 200억원)을 납부하고 전의를 불태웠다.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2번지 일대의 신반포15차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 35층, 아파트 6개동, 641세대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대립하다가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내달 4일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가 열린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양강구도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이 최근 급성장하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아직까지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삼성물산은 약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뛰어든 만큼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대림산업은 삼성물산이 정비사업에서 물러난 이후 아크로 브랜드를 앞세워 강남권에서 입지를 다졌다.

호반건설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기업의 명운을 걸고 신반포15차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다윗인 호반건설은 골리앗을 잡기 위해 파격적으로 나섰다. 사업비 조달 금리를 연 0.5%로 제시해 경쟁사(삼성 1.9%/ 대림 2.9%)에 비해 큰 폭으로 낮췄다. 또 최고급 건축 자재 사용에 따른 발생 비용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호반건설은 이를 포함해 공사에 약 400억원을 무상 투자한다는 각오다.

익명을 원한 호반건설 관계자는 “김 회장이 강남에 입성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입찰제안서 앞면에 김 회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오너의 자존심을 걸고, 수주에 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최근 건설업계 신흥강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SK건설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에 올랐다. 호반건설은 올해 1월 제주도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사업특례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서울 장위 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불광역과 양재역 역세권 청년주택 등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번 신반포15차 수주로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다.

호반건설이 수주전에서 승리한다면 향후 강남 등 서울 노른자 땅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견건설사 꼬리표를 떼어낼 기회다.

익명을 원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승리한다면 좀 과장해서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수준”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호반건설의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신반포15차 호반써밋 조감도 사진=호반건설
신반포15차 호반써밋 조감도 사진=호반건설

IPO

호반건설은 이번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혹여 패하더라도 잃을 게 별로 없다.

먼저 큰 부담이 없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시공능력평가순위가 각각 1위와 3위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0위에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열세가 사실이다. 또 래미안과 아크로는 강남 주요 지역에 간판을 내걸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호반건설이 패하더라도 상처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떨어지더라도,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신반포15차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호반건설은 삼성물산, 대림산업과 함께 언론 노출과 관심이 급상승 중이다. 때마침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등판하면서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호반건설은 승패를 떠나 이번 수주전에서 얻는 광고 효과는 예상보다 크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라며 “광고비 등을 계산한다면 이번 사업에 투자하는 돈은 크게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지난해 거둔 호실적과 사업 확장 등을 바탕으로 연내 IPO를 앞두고 있다. IPO는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그 법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주식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팔고 재무내용을 공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합병 전문가인 최승남 총괄 부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웠다. 목표는 연내 상장이다.

만약 호반건설이 강남에 호반써밋 간판을 걸게 된다면 IPO가 흥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호반건설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과 대등하게 겨루는 모습에 따른 이미지 향상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호반건설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을 제치고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번 수주전은 IPO를 앞둔 호반건설이 초대형 건설사와 겨룰 경쟁력을 갖췄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돼 별로 잃을 게 없는 싸움”이라고 피력했다.

익명을 원한 호반건설 관계자는 “신반포15차를 수주하면 강남에 진출한다는 상징성이 있지만 모든 수주건이 IPO와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 IPO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밀접한 것도 아니라는 뜻”이라며 “이번 수주전은 IPO와 무관할 것이다.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은 (신반포15차에)입찰한 것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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