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원, 임원 입성까지 ‘25년’‧‘1천명당 2명꼴’…영업 출신 우세 속, 글로벌‧디지털부문 약진
[이지 돋보기] 은행원, 임원 입성까지 ‘25년’‧‘1천명당 2명꼴’…영업 출신 우세 속, 글로벌‧디지털부문 약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5.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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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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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원이 직장인의 꿈으로 불리는 임원 자리를 꿰찰 확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재벌 오너 일가 등 지배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즉, 능력에 따라 임원은 물론, 최고경영자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구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승진 창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종 특성상 영업 관련 부서가 승진에 유리하다는 것.

실제로 현직 은행 임원 대다수가 화려한 영업 조직 경력을 자랑한다. 다만 금융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변화가 예고된다. 앞으로는 글로벌과 디지털 전문 인력의 임원 입성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제출된 6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조사 대상 은행의 직원(정규직 기준, 임원 제외)은 총 8만3940명이다.

반면 임원(이사‧감사‧집행임원‧업무집행책임자)은 203명. 임원 1명 당 행원이 413.5명에 달한다. 이 숫자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은행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은 0.24%에 불과하다.

이는 1000명 당 2명꼴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뽑은 신입행원의 규모가 각 은행별로 1년에 400~500명인 점을 비춰보면, 매년 입사자 중 단 1명만이 임원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일반 기업의 부사장에 해당하는 부행장 진입장벽은 더욱 높다. 지난해 말 기준 6개 은행의 부행장은 총 43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 시 0.05%라는 극히 희박한 확률이 나온다. 1만 명 당 5명꼴이다.

은행의 정점인 행장은 단 6명, 0.007%다. 더욱이 행장직은 외부 영입도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은행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별을 달기 수월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은 1만6738명.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지만, 임원도 다른 은행의 2~3배인 65명에 달하는 이유에서다. 0.39%. 1000명 당 4명꼴이다.

다만 부행장 이상에 오르기에는 가장 어려운 은행으로 꼽혔다. 부행장 자리가 4석에 불과해 다른 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1만명 당 2명인 0.02%의 확률이다.

다음은 하나은행으로 직원 1만2325명에 임원 자리는 31석으로 0.25%의 확률을 보였다. 부행장은 8명으로 0.08%다.

이어 신한은행이 직원 1만3628명에 임원 33명으로 0.24%의 확률. 부행장은 단 3명으로 KB국민은행과 같은 0.02%의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계속해서 ▲우리은행이 임원 확률 0.21%(직원 1만4187명‧임원 31명), 부행장(5명) 0.04% ▲NH농협은행 임원 0.16%(직원 1만3585명‧임원 22명), 부행장(10명) 0.07% ▲IBK기업은행 임원 0.15%(직원 1만3477명‧임원 21명), 부행장(13명) 0.09% 등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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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타 업종과는 달리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모회사인 금융지주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재벌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에 은행권은 행원으로 입사해 임원과 은행장은 물론, 모회사이자 금융그룹의 수장인 지주 회장까지 영전하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금융지주와 은행의 현역 회장‧행장 가운데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대다수가 행원으로 시작해 임원을 거쳐 CEO까지 오른 인사들이다.

부행장 이하 전‧상무급 임원들 역시 대부분 행원 출신들이다. 6대 은행의 현직 임원들의 연령대는 1963년~1966년생(만 54~56세)이 포진하고 있다. 20대 후반에 신입으로 입행에 임원을 달기까지 대략 25년 안팎이 걸린 셈이다.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고속 승진한 사례도 있다.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1966년 12월생으로 올해 만 53세다. 그는 조사 대상 은행의 부행장급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한 부행장은 2013년 만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임원(상무)이 됐고, 만 50세인 2017년부터 부행장을 맡고 있다. 입행부터 현재까지 경력의 대부분을 신사업 발굴과 개발에서 보내고 성과를 낸 관련 분야 전문가다.

한 부행장은 조금 특별한 경우다. 아직까지 대부분 은행 임원은 영업부문 출신이다.

은행권은 기본적으로 점포를 통해 고객을 맞이하고 여‧수신 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행원에게 있어 영업점 경력은 승진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임원을 달기 위해서는 일선 영업점의 총책임자이자 ‘은행원의 꽃’인 지점장 경력은 필수적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에서의 현장 영업은 은행원들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이자 여전히 중요한 경력”이라며 “임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키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점장을 거쳐 지역영업그룹장 등을 지난 뒤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원을 넘어 부행장과 행장, 나아가 그룹 회장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현직 행장‧회장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행장에 오르기 직전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그 이전에는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했다. 진옥동 행장은 일본에서의 경력이 길며, 조용병 회장 역시 미국 뉴욕에서 근무한 바 있다.

국내은행과 금융지주의 해외 진출 속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업무와 시장에 능통한 점을 인정받아 CEO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IT 등 디지털 분야의 약진도 점쳐진다.

은행권이 최근 들어 디지털 전환을 주요 경영화두로 삼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IT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임원과 은행장에게 요구되는 경력과 전문성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디지털 전환에 맞춰 해당 분야의 경력을 가지고 준수한 성과를 낸 인재들이 임원으로 많이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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