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코로나19에 살림살이 팍팍해졌다” 곡소리 들리더니…은행권 예‧적금 해지 급증
[이지 돋보기] “코로나19에 살림살이 팍팍해졌다” 곡소리 들리더니…은행권 예‧적금 해지 급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5.27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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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예‧적금 해지가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사람들이 생활자금 충당을 위해 예‧적금을 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저금리 기조에 예‧적금 이자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더 나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 돈을 옮기는 모습도 읽힌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주요은행의 올 1분기 예‧적금 해지금액은 개인고객 기준 19조275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조172억원) 보다 7%(1조2587억원) 늘어난 규모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해지액은 5조7510억원으로 전년 동월(6조8704억원) 대비 16.3%(1조1194억원) 줄었다. 그러다 2월에는 5조6721억원에서 5조7860억원으로 2%(1139억원) 늘었고, 3월에는 5조4747억원에서 7조7389억원으로 무려 41.3%(2조2642억원) 급증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2월부터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전염이 절정에 달하던 3월 들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악재로 경제시계가 멈추면서 급여 삭감 및 반납과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이 잇따랐다. 이에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이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당장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취업보털 인크루트가 이달 초 직장인 57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급여 감소분을 충당하기 위해 예‧적금 해지를 선택한 비중이 16.8%로 가장 많았다. 다른 방법으로는 생활비 대출(13.3%), 아르바이트 등 부업(13.1%), 펀드·보험 상품 해지(7.8%) 등이 있었다.

투자‧납입한 비용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이 있고 보장이 사라지는 등 리스크가 큰 펀드‧보험 대비 예·적금은 이자 소득 중 일부만 포기하면 돼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 이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투자

저금리 기조라 수신 금리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도 예‧적금 해지 증가의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올 3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내리는 ‘빅 컷(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은행 수신 상품의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이자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줄자 다른 투자처를 찾아 줄줄이 해지한 것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금리 연 1.0% 이상 상품은 4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9개 상품은 모두 0%대다. 정기적금도 대부분 연 1%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사태 악화와 경기 불황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이를 기회로 보고 예‧적금을 깬 정황도 보인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3월 코스피는 19일 종가 기준 1439.43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다 같은달 31일 1754.64로 21.9% 반등하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에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폭락한 국내 주식시장에 몰려들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실제로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은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5일 기준 42조1956억원으로 지난해 말(27조3384억원) 대비 54.3%(14조8572억원) 급증했다.

은행권은 예‧적금 해지가 늘면서 씁쓸한 뒷맛을 다시게 됐다. 예‧적금이 은행 수신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해지가 많아질수록 은행이 굴릴 수 있는 돈도 그만큼 줄어드는 탓이다.

물론 예‧적금이 해지됐다고 그 돈이 당장 은행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은행의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 즉 요구불예금으로 옮겨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요구불예금 역시 은행 수신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돈이 일정 기간 묶이는 예‧적금에 비해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은행권이 안정적으로 대출, 투자 등에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적금에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소득이 줄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이 예‧적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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