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종이통장’ 123년만에 역사속으로…은행권, 9월부터 유료 발급 등 비용 절감 박차
[이지 돋보기] ‘종이통장’ 123년만에 역사속으로…은행권, 9월부터 유료 발급 등 비용 절감 박차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7.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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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은행 태동기(1897년 2월 민간지본으로 설립된 한성은행 기준)부터 함께 했던 ‘종이통장’이 12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선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오는 9월부터 종이통장 유료 발급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규계좌 개설 시 종이통장 발행을 원하는 금융소비자에게 비용을 받겠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9월부터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일환으로 종이통장 미발행 등 금융거래 편의 및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일부 금융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종이통장이 일종의 증서인데,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예금보호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역시 이같은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종이통장이 없더라도 금융거래사실 확인 및 증명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적극 알려간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종이통장 발행 감축 3단계 사업 ‘유료 발급’이 9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앞으로 종이통장 발급을 원하는 금융소비자는 2000원~3000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단 금융소외계층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60세 이상 고령층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본적으로 종이통장을 발급해주고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예외를 뒀다.

금융당국이 종이통장 감축에 나선 것은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중화 되면서 실물통장의 중요성과 활용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불필요한 발행 비용을 절감한다는 의도도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2019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18개 국내은행 및 우정사업본부)에 등록된 인터넷·모바일뱅킹 고객(중복 기준)은 1억5923만명이다.

주요 금융 서비스 중 하나인 ‘입출금 및 자금이체 서비스’의 이용채널별(창구‧자동화기기‧텔레뱅킹‧인터넷뱅킹 등) 비중을 살펴보면 인터넷·모바일뱅킹이 59.3%다. 100명 중 60명은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 계좌이체와 입출금 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종이통장을 이용한 창구 거래 비중은 7.9%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종이통장 발행은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금감원에 따르면 종이통장을 분실‧훼손 및 인감 변경 등으로 재발행할 경우, 금융소비자가 부담하는 발급 수수료는 연간 60억원을 넘는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종이통장을 발급하는데 제작원가와 인건비‧관리비 등 5000원에서 1만8000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신규발행이나 이월 재발행의 경우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탓에 손실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종이통장 분실 시 인감 및 서명 등이 악의적으로 도용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지한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주요 선진국 역시 종이통장 미발행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영국 2000년대부터 시행 중이다. 중국은 직불카드를 우선적으로 발행하고, 금융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종이통장을 발급해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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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은행권은 종이통장 유료 발급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종이통장 미발행을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 금융소비자가 발행 요청을 하거나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올해 3월부터 전 영업점에 전자문서시스템을 적용했다. 종이통장을 비롯해 대출 신청이나 연장, 펀드 가입 등 모든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처리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 역시 금융소비자의 별도 요청이 없을 경우 발급하지 않거나, 종이통장 미발행시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얹어주는 등 유도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발급비용은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고객이 되도록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게 유도하면서도, 발행이 꼭 필요한 경우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종이통장 유료화 시대를 앞둔 금융소비자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박모(32세/남)씨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해 무통장 계좌가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계좌는 종이통장을 발행해 보관하고 있다”며 “은행과 거래하고 있다는 일종의 증서로 취급하고 있는데, 굳이 없애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피력했다.

직장인 양모(32세/남)씨도 “종이통장을 발행할 때 비용을 부과한다는 것은 결국 오프라인 은행 업무 시 수수료가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해킹 등으로 은행 전산마비 시 종이통장이 없으면 예금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예금 지급 등 계좌의 신뢰도는 종이통장의 소유 유무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이통장 소유 여부는 예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고 유일한 거래수단도 아니다”며 “종이통장이 없더라도 금융거래사실을 확인 및 증명 하는데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종이통장 감축에 대한 소비자와 금융사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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