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해외영업 선방 평가 속 ‘희비교차’…국민‧하나‘약진’ 신한‧우리 ‘부진’
[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해외영업 선방 평가 속 ‘희비교차’…국민‧하나‘약진’ 신한‧우리 ‘부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8.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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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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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발맞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1분기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고전했지만 2분기 들어 경제 활동이 되살아나면서 실적이 반등한 모양새다

단 은행별로 성적은 엇갈렸다. KB국민과 하나은행이 폭발적인 실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과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감소해 해외영업부문의 판도 변화가 점쳐진다.

31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4대(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해외법인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892억원으로 전년 동기(2408억원) 대비 20.1%(48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의 국내 실적을 포함한 전체 순이익이 4조8698억원에서 4조1538억원으로 14.7%(7160억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성적이 가장 우수했다.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409억원으로 전년 동기(96억원) 대비 326.0%(313억원) 급증했다.

폭발적인 해외 실적 증가세는 캄보디아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4월)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해서만 상반기 전체 순이익의 85.6%에 달하는 35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해당 법인은 캄보디아에 약 180개의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또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 중 대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과 캄보디아 KB국민 법인은 올해 상반기 각각 75억원, 26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48억원의 적자를 냈던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도 올해 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하나은행 해외법인은 9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501억원) 보다 97.2%(487억원) 증가한 규모다.

법인별로 보면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상반기 57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74억원)보다 4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인도네시아 ‘PT Bank KEB Hana’ 법인도 35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반면 신한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1012억원으로 전년 동기(1163억원) 대비 13% 줄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선전했지만 미국과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에서 순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우리은행의 해외 순이익은 646억원에서 481억원으로 25.5%(165억원) 감소했다. 중국과 미얀마에서 늘었지만 미국, 브라질, 베트남 등에서의 약세가 실적을 끌어내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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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은행권의 엇갈린 성적표가 해외영업부문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해외 실적이 준수했던 곳은 신한과 우리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30년 넘는 해외시장 개척이 말해주듯 풍부한 노하우가 강점이다. 우리은행도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두 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실적 상위권을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 순위를 보면 신한은행이 23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1153억원), 하나은행(693억원), KB국민은행(155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두 은행(신한‧우리은행)이 부진하고,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던 KB국민과 하나은행이 약진한 모습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하나은행이 한 단계 도약했고, 우리은행은 3위로 밀려났다.

KB국민은행은 여전히 최하위지만 경쟁 은행들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성장세가 무섭다.

KB국민은행은 그동안 해외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초국적화지수(TNI)’는 3.33%에 불과했다.

TNI는 시중은행의 글로벌화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 총자산 중 해외영업자산, 총수익 중 해외수익, 총 인원 중 해외점포인원 등의 비율을 종합적으로 계산한다. 4대 은행 평균 TNI가 11.58%인데 KB국민은행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

KB국민은행의 해외영업부문 반전을 위한 시도는 꽤나 매섭다. 올해 실적 증가의 일등 공신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 역시 이같은 움직임의 결과다.

하나은행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두 배나 급증했다. 유가증권에 관련한 매매평가를 확대하고, 중국 지분 투자에 관련한 손익을 회복해 중국에서 얻은 자산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신한과 우리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받은 타격을 상쇄할 만한 요인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등으로 상반기 해외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며 “하반기 들어 코로나 초기의 봉쇄 조치가 완화됐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영업이 한 층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략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들어서도 해외 영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실탄을 확보하거나 덩치를 키우고 협업을 하는 등 갖가지 전략으로 진출길을 늘려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25일 인도네시아 중형 은행인 부코핀 은행의 지분 67%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오는 2021년 1월까지 미얀마에서 은행업 현지법인 본인가를 취득한 후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해외 현지법인의 실탄을 확보한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31일 베트남 현지법인 베트남우리은행에 1600억원, 캄보디아 현지법인 WB파이낸스에 1200억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지원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감독원과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 10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신한과 하나은행은 글로벌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올 5월 금융지주 차원에서 글로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 해외 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공동으로 영업 기회를 발굴하자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해외에 진출할 때 규제 상황과 네트워크를 서로 공유한다는 뜻을 모았다.

아직 구체적 협력 목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대형 금융사가 힘을 모은 만큼 향후 해외 대형 금융회사 인수 등을 통한 안정적인 영업기반 마련이 점쳐진다.

문제는 여전히 진정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이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출장의 어려움과 외국자본의 경영권 인수에 대한 현지의 경계심은 영업 저변 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기가 꺾인다면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과 성장성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해외부문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현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지의 금융·비금융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한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지역별 맞춤형 금융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별‧분야별 중복 투자와 국내은행 간 과당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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