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시 파문… 거래소 공시체계 ‘도마위’
부실공시 파문… 거래소 공시체계 ‘도마위’
  • 이성수
  • 승인 2011.03.23 14: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고섬·제일창투 공시 번복·지연… 투자자들만 피해

[이지경제=이성수 기자] 부실 공시로 인한 파문이 잇따르면서 한국거래소의 허술한 공시관리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코스닥 기업인 제일창업투자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처음에는 회계법인의 의견을 ‘적정’으로 받았다고 공시했다가 5일 만인 22일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의견거절’로 뒤집었다. 이어 중국고섬은 해외 증시에서 매매거래정지 조치를 당한 사실을 지연 공시하는 일까지 터진 것이다.

 

중국고섬은 22일 개장과 동시에 급락했다. 오전 9시40분 무렵에는 하한가를 쳐 투자자들을 당황케 했다. 이 회사는 낮 12시가 다 돼서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서 전날 주가 급락으로 매매거래정지를 요청했으며 SGX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공시했다.

 

중국고섬은 전날 SGX에서 주가가 24% 정도 급락하자 매매정지를 요청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한국거래소도 이날 오전 10시 거래정지 조치를 취했으나 SGX에서 전일 오후 7시33분에 22일 개장과 함께 매매가 정지된 지 15시간 만이었다.

 

싱가포르 증시에서 중국고섬의 폭락은 한 투자자가 2.5%의 지분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경위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거래소가 중국고섬이 싱가포르 증시에서 폭락하고 매매거래정지를 요청한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발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SGX와 정보공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지만 특정 종목의 폭락이나 매매거래정지 요청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공유 대상이 아니다.

 

또한 거래소는 중국고섬이 싱가포르 외 다른 증시에 상장된 것도 파악을 못하고 있는 등 상장 심사 부실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고섬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도 2차상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 내용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나와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외국 거래소와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고섬 공시 지연 파문이 발생하기 직전에는 제일창투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번복해 공시하는 일이 발생했다.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사실과 다르게 공시했다가 문제가 돼 이를 뒤집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 이유가 감사를 받는 회사의 강압 때문인 점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초유의 일이라 금융당국의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제일창투는 지난 18일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대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받았다고 공시해놓고는 22일에야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받은 사실을 공시했다.

 

거래소는 18일 제일창투에 감사의견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나 제일창투는 시한인 21일 오후 6시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제일창투 임원이 대현회계법인 회계사를 회유·협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해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불성실한 공시로 시장 질서를 흐리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는 중국고섬과 제일창투의 불성실 공시에 대해 “기존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성수 lss@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