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백기투항...정부 왜 유류세 인하 안하지?
정유업계 백기투항...정부 왜 유류세 인하 안하지?
  • 김영덕
  • 승인 2011.04.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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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TF 만들어 업계 전방위 압박.."시장경제 해친다" 비판 확산

[이지경제=김영덕 기자]정유업계에 대한 정부의 기름 값 인하 압박이 통했다.

 

올 초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시작된 정부의 유가 인하 압박이 결국 정유업계가 백기를 들면서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것.

 

사실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해 석유가격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석 달 가까이 정유업계를 이 잡듯이 조사했지만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약점을 찾지 못하자 정부는 ‘정유업계가 알아서 가격을 내려라’는 압력을 했다. 이에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가 지난 3일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향후 3개월간 리터(L)당 100원씩 할인한다고 발표한 후 가격 인하 분위기가 정유업계 전체로 확산 되는 분위기다.

 

정부 강력 압박..끔적도 안하다가 정유업계 ‘백기투항’

 

SK에너지는 이번 인하 결정으로 3개월간 3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SK가 인하를 결정하자 GS칼텍스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중동정세 불안 등에 의한 지속적인 고유가로 국민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와 경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에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그러나 인하폭과 시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GS칼텍스 측은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인하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도 “내리긴 내려야 할텐데 SK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결제액에서 차감해주는 방식으로 인하할 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면서 “카드할인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각사의 사정이 달라 이번에는 회의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측도 당장 가격 인하는 어렵지만, 시장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만큼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유사들은 매일 국내영업 담당 책임자가 참석하는 가격결정위원회를 열어 그 날의 공급가를 결정하지만, 이번 같은 특수 사안에 대해선 최고경영자(CEO)급이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에너지가 가격 인하를 오는 7일 0시부터 단행키로 한 만큼 다른 3사도 금명간 가격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꽃 튀는 기름 값 인하전쟁..정부 전방위 압박으로 승리?

 

견고하게 버티고 있던 정유업계가 손을 들고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와 SK에너지 간의 막판 밀고당기기 이전에도 정유업계는 지난 3개월간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기름값' 발언이 나온 지 5일 만인 지난 1월 18일 관련 부처와 정유업계, 석유 전문가, 시민단체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석유가격TF(태스크포스)'를 발족시켰다.

 

유가TF 활동 초기에는 정유업계와 석유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내 유가가 높은 것은 가격의 약 50%에 이르는 세금이 가장 큰 원인이므로 유류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묵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유류세 인하는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유류세 인하 논쟁에 쐐기를 박았다.

 

정유업계의 반발이 거세 자 정부는 정유사를 직접 공략하기로 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2월 10일 "정유업계의 독과점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압박했다.

 

이어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휘발유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이러한 정부에도 불구하고 정유사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결국엔 ‘성의라도 보이’라는 노골적인 압박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얼마나 인하 할 수 있나...약 리터당 300원 정도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ㆍ교육세 등이다. 이 가운데 교통세는 기본세율 475원을 기준으로 ±30%의 탄력세를 부가해 결정하는데 현재 교통세는 475원에 11.4%의 탄력세율을 적용한 529원이다.

 

이에 따라 현재 휘발유 1리터에 붙는 세금은 교통세와 교육세ㆍ주행세ㆍ부가세를 합쳐 총 912.69원이라는 것. 이를 기준으로 정부가 교통세를 최대 30% 인하할 경우 교통세는 332.5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다른 세금까지 포함하면 모두 304.77원의 유류세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에 이어 정부의 유류세 인하가 더해질 경우 기름값 인하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날 "정부도 정유업계의 고통 분담 노력에 동참해주기를 촉구한다"면서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 고통과 물가 문제의 해결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부에 압박에 대해 재계에서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름 값 인하요구는 암묵적이고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유사만 손해를 보라는 것인지, 정부의 유류세도 기름 값 상승이 원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금을 전혀 깍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름 값의 세금이 50%가까이 된다. 사실 유류세 만큼이나 세금을 걷기 쉬운 것이 어디 있느냐”면서 “정유사가 인하한 만큼 정부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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