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중처법 시행 2년…아직 풀지못한 숙제
[이지기획] 중처법 시행 2년…아직 풀지못한 숙제
  • 최준 기자
  • 승인 2023.12.18 0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처법, 처벌만능주의와 징벌적 손해배상이 중소규모 기업 위기 초래
최근 3년간 발생한 건설업 사고 사망자 739명, 절반이 ‘떨어짐’ 사고
경총, 영세기업 부담 줄이기 위해 중처법 법안 개정 조속히 추진해야

[이지경제=최준 기자]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시행된 지 약 2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안전비용, 작업자 안전 의식 등 각종 문제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애초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첫 시행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능주의와 징벌적 손해배상이 중소규모 기업들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처법을 둘러싼 문제는 무엇일까.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최준 기자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최준 기자

산업재해 매년 증가...안전의식 고취 필요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계에선 중처법 시행 이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문화가 확산하고 있었다. 작업자 건강상태에 따른 채용부터 TBM(Tool Box Meeting)을 통한 안전의식 고취 등 변화하는 과정이 자리 잡고 있던 시기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중처법 리스크의 완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산업재해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을 통해 본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발생한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총 739명으로 이중 50.3%에 해당하는 372명이 ‘떨어짐’으로 인해 발생했다. 특히 사고유형 주요 원인은 작업자의 단순과실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부주의로 조사됐다. 

즉 현장 내 안전관리자의 사각지대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관리자의 배치 인력 문제일까. 

한 건설업 안전관리 관계자는 “작업자의 원활하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 내 주요 시설물과 건설기계 등을 점검한다”면서도 “부주의로 인한 사고까지 관리한다는 건 관리자가 늘어도 불가능에 가깝다. 매번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안전사고가 작업환경 등 외부적 요인이 아닌 작업자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점을 고려할 때 개별 작업자에 대한 기업의 안전관리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처벌만능주의가 아닌 시설 사전 점검과 안전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각지대 놓인 50인 미만 사업장

법안 시행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오히려 50인 미만의 중소규모 사업장이다. 법안이 급하게 시행된 탓에 이미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온 대기업보다 중소규모 사업장의 문제점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 대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는 법안 시행 이후에도 크게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대형 건설사에서 전기공사를 맡고 있는 A팀장은 “중처법 이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안전관리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처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현장 내 사망사고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12일 시화공단에서 열린 중소사업장을 위한 산재예방 간담회에서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매년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90% 이상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7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소규모 사업장의 중처법 대비 준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건 업무 수행자 유무 및 직책. 사진=경총 제공
안전보건 업무 수행자 유무 및 직책. 사진=경총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상시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처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94%가 현재도 법 적용을 준비 중이며 이중 87%는 남은 기간 내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중처법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이 없어서(41%), 의무 내용이 많아서(23%) 순으로 많았다. 이는 전문인력 도움 없이 중처법을 이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더구나 소규모 기업은 안전관리자 등을 선임할 의무가 없고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으로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주가 직접 안전 업무까지 맡아 처리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게 경총 측 설명이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고려했을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추가 유예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영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 방안 등 종합 대책 마련과 관련 법안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30년 업력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30년 넘게 공삿밥 먹어가며 주변 지인과 동료를 비롯해 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법 취지는 너무도 좋다. 누가 이들을 사지로 내몰면서까지 회사를 운영하고 싶겠나. 다만 소규모 업체들은 규정된 법안을 맞추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법안 개정을 통해 상생의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라고 말했다.


최준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