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항로의 블루칩... 북극해 항로
亞-유럽항로의 블루칩... 북극해 항로
  • 임준혁
  • 승인 2011.09.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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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선사 내년 북극해 시범운항 추진…한-러 해운회담 개최, 정부도 관심

 

 

[이지경제=임준혁 기자] 해운업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빙현상이 심해지고 해적문제, 운송비용 절감 등의 여건을 고려, 북극해를 지나는 항로 개설을 추진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같은 우리 국적선사가 내년 하반기 쯤 북극해를 따라 시범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유럽 항로는 인도양을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루트가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최근 북극해빙과 해적문제 등으로 북극 항로가 기존 인도양 항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해상루트로 부각되고 있다.

 

북극 항로가 국제 해상운송 루트의 블루칩으로 떠 오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운송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

 

현재 부산항을 출발한 화물선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항해 시 기존 인도양 항로(수에즈운하 통과)를 이용하면 항해 거리가 2만100km에 달한다. 반면, 부산항을 출항 일본열도를 거쳐 베링해를 지나 북극 항로를 타면 운송 거리는 1만2700km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운항 사례를 기준으로 부산에서 로테르담항까지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경우 20여 일이 소요되지만, 인도양 항로는 30여 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해당 구간을 북극 항로로 운항할 경우 인도양 항로보다 운항거리는 7400km, 운항일수는 약 10일이 단축된다는 것.

 

해운선사 입장에서는 운항거리 및 일수 감소로 연료절감 및 운송비 감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극 항로가 기존 아시아-유럽(구주)항로(인도양)를 대체할 만한 또 다른 원인은 바로 해적 문제. 최근 국제적인 골칫거리인 소말리아 해적은 활동 영역을 인도양까지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지금은 잠잠해 졌지만 동남아 말라카 해협에서도 항해 중인 상선을 습격하는 해적행위가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적이 출몰하지 않는 북극해를 운항하면 선박, 선원의 안전도 그만큼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최근 3년 전부터 북극항로의 상업운항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향후 10년 내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면 바로 지금 준비해야만 10년 후에 한국 선사가 항로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대책과 경제성 분석, 협력모델, 국제협력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 또 해당 항로에 투입이 적격한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는데도 최소 5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의 이러한 주장에 정부도 북극항로의 관할 수역에 접한 러시아와 접촉, 국적선사의 북극해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다.

 

이달 초 국토해양부는 모스크바에서 국적선사의 북극해 진출과 극동지역 항만개발 사업 등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러 해운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해운회담은 아시아-유럽간 운송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를 절감하고 북극지역의 자원개발?운송시장에 국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정부 대표로 참가한 전기정 국토부 해운정책관은 러시아 교통부와 산하 해양연구소, 원자력 쇄빙선 회사의 주요 인사와 만나 러시아의 북극해 정책, 쇄빙선 지원 등 통과절차와 우리정부의 북극해 시범운항, 극지선원 교육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 측도 우리 정부의 북극해 진출계획을 이해하고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적극 협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러시아 극동지역 주요 항만 개발사업에 우리기업이 참여하는 방안과 양국간 운항선박의 통관절차 원활화 등의 현안사항에 대해서는 양국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북극항로의 활용과 관련, 국제협력 강화 차원에서 북극해 주변국인 러시아, 노르웨이 등과 해운회담?세미나 개최를 추진키로 했다. 또 해운선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국적선사의 북극해 진출 지원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북극해 활용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노르웨이와 해운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이후 내년 7~9월 경 국적선사의 북극해 시범운항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북극항로 활용은 극동지역과 유럽간 해상운송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키고 한-러 간 해운?물류산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북극해 시범운항은 국내 해운선사가 최초로 북극해에 진출하는 상징성도 클 뿐만 아니라, 실제 시범운항을 통해 물류비 및 극지운항 여건 등을 검토할 수 있어 한국의 북극해 진출 전략 수립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지난 2009년 독일 벨루가쉬핑사가 울산항을 출발 베링해, 북극해를 거쳐 로테르담항까지 운항, 세계 최초로 북극해 항로 전 구간을 항해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 노르웨이 등 유럽선사는 지속적으로 북극해 운항을 추진 중에 있다.

 

반면, 한국 선사가 북극해를 경제성 있는 운송 루트로만 간주, 당장 운항을 추진하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에 따르면 북극해 운항 시 러시아 쇄빙선을 강제로 활용해야 하고 특수선박(Ice Class) 사용, 보험료 할증 비용 등이 발생해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로썬 인도양 항로보다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선박 안전검사 및 인증기관인 한국선급 하태범 기술연구원장은 “한국 해운업계가 북극항로를 보다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경제성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며 “북극항로가 열렸을 때 운항거리가 기존항로를 대비 1/3 수준으로 줄어들어 시간과 연료비가 절감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컨테이너 선사들은 친환경과 유가절감, 선복량 활용 등의 이유로 감속운항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 북극항로의 경제성이라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면서 “운송거리 및 유가절감 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을 좀 더 주도면밀하게 고려해서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경제성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임준혁 kdue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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