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고발> 보험판매 노린 '무늬만' 재무설계
<실태고발> 보험판매 노린 '무늬만' 재무설계
  • 이지하
  • 승인 2012.05.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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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 명목으로 고객상담 유인…보험가입 및 갈아타기 종용하기도



[이지경제=이지하 기자]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 이후의 삶에 대비해 자산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가 금융권의 주된 영업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성장해 온 자산관리시장에 재테크를 대신한 재무설계가 새로운 영업전략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미 국내 대형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은 금융권 최고의 자산관리전문인력을 갖춘 대형 PB(Private Banking)센터를 잇따라 오픈하며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재무설계란 이름을 가진 자산관리회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일반적으로 재무설계는 투자·상속·증여·은퇴·세무·부동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미래에 필요한 주택구입자금이나 자녀교육자금, 노후자금 등의 목돈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중장기적 플랜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유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다소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재무적 안정을 돕고 부를 늘려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기 보다는 재무설계사 본인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하거나 갈아타기를 종용하는 등 '수당 챙기기'에 열을 올리는 설계사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무설계 = 보험판매?

 

인천에 사는 임모씨(여, 31세)는 얼마전 회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료 재무설계 이벤트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재무상담을 받았다. 자신을 OO재무설계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재무설계사라고 소개한 담당 직원은 재무설계의 의미와 목적, 준비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무설계사는 이어 임씨와 남편의 월소득과 자산규모, 가계부채, 가입하고 있는 금융상품 등 남에게 쉽게 밝히기 어려운 사적인 정보에 대해 물어봤고, 평소 가계부를 꼼꼼히 작성하는 등 돈 관리에 철저했던 임씨는 향후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말에 이끌려 설계사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재무상담은 곧 보험상담으로 둔갑했다. 보험 리모델링을 해주겠다며 임씨가 가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보험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기를 권유했다. 또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해 준비해야 한다며 월보험료 50만원 이상인 고액상품의 가입을 종용했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뿐더러 정작 자신이 궁금했던 재무상담은 뒷전이고 보험가입만을 종용하는 태도에 못마땅했던 임씨는 해당 재무설계사의 자질에 의심을 품고 추가적인 상담을 거절했다.

 

이처럼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상담을 유인하고 결국 보험상품을 파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규모나 전문성에서 떨어지는 영세한 자산관리회사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데, 재무설계라는 간판을 단 회사들이 실질적으로는 GA(보험대리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재무설계를 받은 고객에게 재무상담료를 받기 어려운 자산관리시장 풍토에 원인이 있다. 상담이 무료이다 보니 재무설계사들은 계약 성사 초기에 고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 판매에 자연히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무컨설팅업체 한 고위관계자는 "상담 자체가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설계사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수수료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재무상담 유료화 등을 통해 수수료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상당수 보험설계사들, 명함만 '재무설계사'

 

국내 생손보사의 보험설계사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보험사들은 기존의 '보험아줌마' 이미지를 벗고 단순한 보험설계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보험설계사 명함에 FP(financial planner), FC(financial consultant) 등의 명칭을 써가며 재무설계를 표방해왔다.

 

보험설계사 채용과정에서도 단순한 보험세일즈가 아닌 인생 전반의 재무적 문제를 해결하는 재무설계사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현업에 뛰어들면 재무설계의 가치나 필요성을 역설하기보다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로 인한 '억대 연봉'이라는 장미빛 환상만을 끊임없이 심어주고 있다.

 

대형생보사의 한 보험설계사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보험시장에 재무설계라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설계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보험상담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희석시킬 수 있는 영업마케팅 전략으로 사용되는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 관행이 자칫 불필요한 보험 가입은 물론 보험갈아타기 종용으로 중도해지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일부 재무설계사의 경우 고객자산의 안정적인 관리나 수익성 있는 투자보다는 자신이 고액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보험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추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소비자들 스스로가 상담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 설계사의 능력과 자질을 사전에 검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지하 happyj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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