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김우성 기자] "유럽발 경기침체로 조선사들끼리 출혈경쟁을 벌이다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이 사실상 반토막이 났습니다. 한 해의 절반을 날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세계를 주름잡던 국내 조선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이 날아갔다.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선주들이 대거 포진한 유럽에서 경기침체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불황이 깊어지면서 출혈경쟁을 벌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의 수주 실적이 반토막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339억 달러(130척)에 달했지만 올해는 절반(49%)가량 감소한 173억 달러(48척)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에 156억6000만 달러(71척)를 수주했지만 올해는 49억3000만 달러(20척)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1억 달러(29척)를 거둬들였으나 올해는 65억 달러(11척)로 급감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71억3000만 달러(30척)에 달했으나 올해는 58억7000만 달러(17척)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조선 빅3가 불황을 겪자 전세계 조선 수주량도 급감하고 있다. 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6월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은 101만7795CGT(표준화물 환산 t수)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 335만6234CGT의 30% 수준에 그쳤다. 수주잔량도 5월초 기준 3340만1057CGT으로 2005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대형사들과 달리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벌크, 컨테이너선 등 저가 수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불황 탓에 물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없어 내년부터는 일손을 내려놓아야 할 형편이다"며 "업황이 나빠 은행에서 신규 수주를 위한 계약보증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조선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해양플랜트 부문 역시 드릴십 발주가 둔화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상우 하나대투 연구위원은 최근 전경련이 연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조선 산업은 선박 수주 실적이 2013년 이후에나 개선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시장 부진을 극복할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성 kws@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