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실공룡' LH공사, 호화청사 논란…'빛 좋은 개살구'
[기자수첩] '부실공룡' LH공사, 호화청사 논란…'빛 좋은 개살구'
  • 이종근
  • 승인 2012.08.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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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종근 기자] 천문학적인 부채로 지옥 문턱까지 갔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새롭게 이전할 진주 혁신도시 내에 건설할 사옥 규모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크고 호화롭다. LH 신사옥은 토지가를 제외하고 공사비만 3663억원으로 추계된다.


이 같은 공사비 규모는 호화청사로 유명세를 치렀던 성남시청의 건설비 1640억원 보다 두 배나 더 많다. 또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비 보다도 1600억이나 많은 규모다.


LH가 왜 이토록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 신사옥을 짓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효율성이나 다급한 필요조건이 아닌 진주시의 랜드마크라는 단순한 과시용이라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LH는 여전히 100조원대의 빚더미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자산규모 158조원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한 해 투자규모만 약 25~30조원에 달해 전체 공기업의 약 절반에 이른다. 이처럼 외형이 큰 공기업이기에 내실을 더욱 안정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자칫 LH가 부실심화로 위험한 상황을 맞으면 국가경제가 치명타를 맞을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서민들의 아파트 공사도 위기를 맞게 된다. 과거 ‘주공아파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LH는 내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천사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LH는 지금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 경영 내실을 기할 시기다. 수천억원을 들여 신사옥을 지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 부채 규모가 1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히 상상이 안 되는 부채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1400여명이 사용하는 청사를 짓는 비용이 너무 과하다. 서울시청 신청사의 경우 1만명이 사용하는 청사를 훨씬 적은 예산으로 짓고 있다. 아무리 봐도 전시성, 과시성 같은 내음이 물씬 풍긴다. 신사옥이 LH를 또 다시 재정난 위기에 빠뜨리는 단초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LH는 지옥문턱까지 가본 경험으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해 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LH의 매출은 전년 보다 15.9% 늘어난 15조2599억원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55% 증가한 7905억원에 달하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또 LH 자료에 따르면 매년 20조원씩 늘던 금융부채가 2010년에 17조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는 6조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 부채비율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합병 당시 525%였지만 지난해에는 468%로 줄었다.


LH는 지금 2년 전에 비해 경영여건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H는 여전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다. 어찌 보면 이제 갓 최악의 위기를 넘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더 해야 하는 시점이다.


LH는 각각 4000억원대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분당사옥과 오리사옥을 매각해 예산을 충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쉽게 매수 희망자가 없어 사옥을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그 가격에 판다고 해도 빚부터 갚아야 할 처지에 있다.


더구나 LH는 전국에 15개의 과도한 청사가 있기도 하다. 지난 2009년 합병당시 매각했어야 할 청사들이 잘 팔리지 않아 5곳의 청사는 사용도 하지 않은 채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LH가 내실경영에 나설 이유는 분명하다. 주택 건설 물량을 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의 첨병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만6000호에 불과했던 주택 착공 물량이 지난해에는 6만3000호로 대폭 늘어났고 올해는 7만1000호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LH는 서민들의 희망인 보금자리 아파트를 비롯해 지방출신 서울 거주 대학생들을 위한 전세 임대 등 맞춤형주택도 늘려 짓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전·월세난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은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건설공사의 경우 통상 10억원 당 12명꼴의 고용효과를 유발한다. 따라서 LH는 매년 약 30만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자칫 LH가 위태로우면 얼마나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는지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지송 LH공사 사장은 2009년 취임 당시 ‘사명 빼고 다 바꾼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걸었다. 대대적인 개혁에 칼바람도 생생 불었다. 이후 2년여 동안 LH는 간신히 최악의 위기를 넘어선 시기다.


이 시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재무개선 특별위원회 운영, 노사공동 비상경영, 원가 10% 절감, 전 임직원 임금 10% 반납, 1천여명의 인력 구조조정 등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다는 것을 새김질 했으면 한다.
 
또한 업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자정노력도 이제 성과를 내는 시점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청렴기획단 발족, 간부직원 재산등록 및 청렴도 평가 등은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호화 신사옥 논란이 불거지면 그동안 힘들게 해온 구조조정 노력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국민들이 LH를 다시 ‘부실공룡’으로 인식하게 되면 위기가 또다시 닥칠 수도 있다. 


사옥은 언제든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LH 신사옥은 적정규모에 걸맞게 효율적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LH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신사옥에 대한 국민적 오해가 없도록 구체적인 사용예정 계획을 밝히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해 다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종근 tomabo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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