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나선 '하우스푸어 대책', '기대반 걱정반'
금융권이 나선 '하우스푸어 대책', '기대반 걱정반'
  • 서영욱
  • 승인 2012.09.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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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트러스트 앤 리스백’ 전격 발표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지나친 주택담보대출금 때문에 빚에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의 집을 은행이 맡아서 다시 임대해 주는 제도가 시행된다. 정부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주저하던 하우스 푸어 지원책을 금융권에서 단독으로 시행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금융그룹은 다음 달부터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출자의 주택을 신탁 받아 재임대해주는 ‘트러스트 앤 리스백(trust and leaseback)’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소유권은 집주인이 갖고 집을 관리·처분하는 권한은 은행이 갖는 방식인데 대출자는 3년에서 5년의 신탁 기간 동안 대출 이자 대신 월세를 내는 방식이다.

 

월세는 대출금의 5% 안팎에서 결정되고 여섯 달 이상 월세를 내지 못하면 은행이 집을 매각해서 대출금을 상환한다.

 

이 제도의 장점은 18%에 이르는 연체 이자 대신 최대 5년의 신탁 기간 동안 연 5%의 임대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 또 무더기로 쏟아지는 경매 매물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택 담보 대출금과 전세금이 집값의 80%가 넘는 가구가 18만5000가구에 육박하고 있고, 70%가 넘는 가구는 34만 가구에 이른다.

 

매달 소득의 10% 이상을 집을 사느라 진 빚을 갚는데 쓰는 ‘하우스 푸어’도 2010년 기준으로 108만 가구에 달해 가계 부채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2분기 가계 부채는 10조9000억원 늘어난 92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0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이 77%에 이르는데다 대출자의 42%는 내년까지 128조원에 이르는 원금을 갚아야 한다.

 

가계대출은 0.67%에서 0.97%로, 주택담보대출은 0.61%에서 0.85%로 연체율이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트러스트 앤 리스백’이 도입되면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의 동반 부실화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와 비슷한 방안을 다른 시중은행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우리금융 계열 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도 200억원에서 300억원 규모로 ‘트러스트 앤 리스백’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트러스트 앤 리스백’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집 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집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나마 집이 있는 하우스 푸어들을 돕는 정책이 맞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주저하고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실패한 사람과 선의의 피해자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도 고민꺼리이다.

 

집 값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방지를 위해 최대한 싸게 구입하려 할 것이고 이 경우에 대출자들이 집을 쉽게 내 놓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원리금을 갚지 못 해 경매로 넘어갈 때의 가격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 정도를 적정한 매입 가격으로 보고 있지만, 집 값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의 ‘트러스트 앤 리스백’ 제도는 하우스 푸어들에게는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하우스 푸어 해소에 도움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서영욱 syu@ez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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