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아니면 ‘업종변경’, 벼랑 끝 중소건설사
‘파산’ 아니면 ‘업종변경’, 벼랑 끝 중소건설사
  • 서영욱
  • 승인 2012.10.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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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도 채 안되는 건설사가 절반, 경험·기술력 등 떨어져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 “건설 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 건설업에서 용역 대행으로 업종을 변경한지 오래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였던 작은 건설업체들은 사실상 문을 다 닫았다고 보면 된다.” (E엔지니어링 대표)

 

# “공공발주 공사뿐 만 아니라 민간발주 공사도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곳이 거의 없어 매출은 지난해보다 반토막났다.” (B건설 영업이사)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으로 건설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건설사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형사들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높여가고 있는 반면 국내 건설의 기반이 되는 중소건설업체들은 수주 감소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문건설업체 3637개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145개 업체는 부도를 맞았고 2467개 업체는 경영난으로 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뒤 폐업했다. 1025개 업체는 법정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등록을 말소당했다.

 

실제로 2012년도 시공능력평가 800위 이하의 건설업체들은 이미 파산했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들이 상당수였으며, 오랜 경영난 끝에 업종을 변경한 업체들이 대다수였다.

 

이렇게 중소건설사들이 쓰러져가는 주된 원인으로는 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공공공사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건설사들은 특히 공공공사를 주력으로 하거나 그 하청을 받는 기업들이 대부분인데, 수 천 개의 업체들이 달려들다 보니 공공발주 공사를 수주하기에는 하늘의 별따기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중소건설업체들이 주로 참여하는 적격심사 공사는 2010년도에 1만1643건이 발주됐는데, 평균 입찰경쟁률은 359:1을 기록했다. 최고의 입찰경쟁률을 보인 것은 4억7000만원의 건축공사로 무려 2135:1을 기록했으며 경쟁률이 1000:1이 넘는 공사만 269건에 달했다.

 

건설업체들은 연간 500∼1000건 정도 입찰에 참여하지만 2010년 적격심사 공사를 1건만 수주한 업체가 전체 91.3%, 2건 수주한 업체는 7.6%였다. 입찰경쟁률은 중간 규모의 공사일수록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5∼10억원 구간에서 입찰경쟁률은 평균 450:1을 넘어 가장 치열했다. 대형건설사들을 제외한 중소건설사들은 한해 1,2건만을 수주해 연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공발주 수주 가능성이 희박하다 보니 중소 건설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지난 1997년 54억원에서 2010년 현재 31억원으로 42.4%p나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같은 기간 3.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공공부문 수주는 전년동월대비 29.6% 감소해 201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민간부문 수주도 66.7% 급감했다.

 

게다가 중소건설사들은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어려움도 크다.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건설사들이 단순히 입찰을 따내기 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차후 더 큰 자금난과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최저가 낙찰제가 하도급업체와 자재·장비업체, 인테리어업 등 관련 산업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실장은 “최저가 경쟁은 가격만의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실공사를 유발하고 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철회하고 가격과 기술을 같이 볼 수 있는 그러한 형태의 입,낙찰 발주방식이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의 평균 종업원 수는 31.3명으로 통계분석이 가능한 907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업원 수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은 95개사로 1.0%이고, 전체의 99.0%가 중소기업이었다. 종업원 수가 10명도 되지 않는 업체가 3935개 업체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고 종업원이 50명 미만의 소기업은 8679개로 전체 건설업체의 95.6%에 이르렀다.

 

인원 부족은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들어나고 있다. 특히 공사관리 능력이 떨어져 경쟁력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기술개발에 미흡하고 경영전략도 부실할 수 밖에 없고 하도급업체의 외주관리 능력 미흡 및 기술자의 능력 부족도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중소 건설업체들은 종합건설업체의 98.9%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 건설업체에 종사하는 건설업 종사자는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55.9%에 이르고, 건설업 전체 매출의 32.7%를 차지하고 있어 국민경제와 건설산업에 있어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 건설업체들은 현재 업체 수 과잉, 수주경쟁 과열, 사업규모 과소, 수익성 부진 등으로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며 “중소 건설업체들의 생존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입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과 정책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영욱 syu@ez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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