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귀환’ 대상그룹 후계구도 막후
‘딸들의 귀환’ 대상그룹 후계구도 막후
  • 김주연
  • 승인 2012.12.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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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김주연기자] “언니냐 동생이냐.”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두 딸이 나란히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후계구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차녀인 상민씨가 후계자로 점찍어지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장녀인 세령씨가 회사의 중책을 맡으면서 후계 시나리오가 급 수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딸딸이 아빠’ 임 회장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이자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씨가 귀환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상의 식품 브랜드 총책임자로 임명된 것. 동생 상민씨가 같은 회사 전략기획본부장(부장)으로 경영에 본격 참여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두 딸들이 나란히 일하게 됨으로써 대상은 3세 경영시대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자매열전 예고

대상그룹은 지난 4일 세령씨를 대상의 식품사업총괄부문 마케팅 담당 상무로 임명했다. 세령씨는 앞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으로 식품 브랜드 청정원의 브랜드 관리를 비롯 기획·마케팅·디자인 등을 담당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세령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이다. 1998년 결혼했다가 11년만인 2009년 이혼했다. 이후 레스토랑 ‘터치 오브 스파이스’ 오픈을 주도했고 2010년부터 대상그룹의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대상HS 대표로 일해왔다.

그러나 세령씨는 이혼 후 사실상 경영보다는 육아에만 집중해왔고, 대상HS가 그룹 내에서 ‘변방’에 속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향후 그룹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상 직원들도 세령씨에 대한 파격 인사에 술렁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장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이었던 임세령씨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장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이었던 임세령씨
불과 두 달 전 차녀인 상민씨가 그룹으로 복귀하면서 상민씨를 중심으로 한 차기 후계구도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상민씨는 2008년 초 임창욱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해 그룹 업무를 시작했다.

2009년 8월에는 대상으로 자리를 옮겨 프로세스이노베이션(PI) 본부에서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 실무업무를 맡았고, 그해 8월 회사를 휴직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 스쿨로 유학을 떠나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이후 지난 10월 다시 대상으로 복귀해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시에 대상그룹은 기존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전략기획본부로 승격시켰다.

상민씨에게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진출을 강화할 방안을 연구하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업계는 그의 인사를 사실상 후계 수업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지배구조상으로도 상민씨로의 승계가 끝난 상태다.

차녀 이어 장녀 청정원 총괄상무로 합류
3세 경영 본격화…사실상 후계수업 시작

대상그룹은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주력 계열사인 대상과 대상정보기술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다시 이 자회사들이 32개 계열사와 17개 해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렇기 때문에 대상홀딩스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후계구도 가 판가름 난다.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세령씨(20.41%)보다 동생 상민씨(38.36%)가 더 많이 갖고 있다. 임 회장과 부인 박현주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2.88%, 3.87%이다. 두 사람의 지분이 앞으로 모두 세령씨에게 승계된다고 해도 상민씨 지분에 비해 11%p나 모자란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대상홀딩스가 처음 출범할 당시부터 그랬다. 대상에서 인적분할로 탄생한 대상홀딩스는 지난 2005년 8월, 25살이었던 상민씨를 최대주주로 앉혔다. 지분율은 13.19%였다. 당시 삼성가의 며느리였던 세령씨의 지분율은 9.35%에 그쳤다.

2009년에는 둘의 지배구조가 더 벌어진다. 임 회장과 박 부회장이 각각 125만주씩을 상민씨에게 장외거래로 매각하면서 상민씨는 명실상부한 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포스트 임창욱’이라 불리며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상민씨는 꾸준한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언니인 세령씨보다 먼저 경영수업을 시작한 차녀 임상민씨
▲언니인 세령씨보다 먼저 경영수업을 시작한 차녀 임상민씨
하지만 이번에 세령씨가 그룹 경영에 본격 나서면서 그룹 후계구도는 좀 더 복잡해졌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사실상 후계 수업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두 자매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발휘한 능력을 평가해 그룹의 후계자로 결정하겠다는 게 임 회장의 숨은 뜻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대상홀딩스 1, 2대 주주인 두 딸을 같은 회사에서, 그것도 핵심 보직을 맡긴 데는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며 “빠른 경영권 승계 로드맵을 완성시키기 위해 일종의 시험무대를 거치기를 원한 것인지, 두 딸이 합작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인지 그 의도가 복잡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아직 상민씨가 후계구도 1순위이지만 앞으로 세령씨의 활동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령씨가 그룹 내부에 얼마나 입지를 만들지가 관건”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후계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시너지 노림수?

그러나 대상그룹 측은 아직 후계구도 자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두 딸이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기획과 마케팅을 맡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면서도 “두 사람의 경영권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주연 sasa7088@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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