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기승, 기업들 '벙어리 냉가슴'
블랙컨슈머 기승, 기업들 '벙어리 냉가슴'
  • 남라다
  • 승인 2012.12.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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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해 수억원 뜯어내는 "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협박하고, 생트집 잡으면서 반품과 환불 등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로 인해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멀쩡한 제품에 일부러 흠집을 내고 환불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터넷에 올리겠다’,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등 협박과 공갈을 통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기업이미지에 누가 될까 블랙컨슈머에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처럼 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인 블랙컨슈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억대 연봉’ 자랑하는 블랙컨슈머...'협박족'

 

지난 10일 일반 직장인보다 연봉이 높은 블랙컨슈머가 화제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블랙컨슈머는 이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멀쩡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다 구속조치 됐다.

 

그는 특히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를 교환·환불하는 과정에서 콜센터 직원에게 협박과 공갈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A 사의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B 사에 개통한 후 이들 단말기를 번갈아 가며 정지, 해지, 개통하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B 통신사 상담원들에게 고객 응대가 왜 그 모양이라는 등 시비를 걸었고, 욕설을 비롯해 둔기를 들고 대리점을 찾아가 질릴 정도로 행패를 부렸다.

 

이렇게 뜯어낸 것이 2년간 2억4,000만원에 달했다. 1년에 1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억대연봉 부럽지 않았다.

 

그는 1980년대 육군 대위로 전역한 후 옷가게 등 사업을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하자 막무가내식 협박과 생트집을 잡으며 벌어들인 수입이 이씨의 주수입원이었다.

 

또 다른 블랙컨슈머인 임모씨도 지난 2010년 1월에서 올해 2월까지 왕성하게 블랙컨슈머로 활동했다. 임씨는 음식점과 식품회사에 전화해 음식을 먹다가 다쳤다고 한 후 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이 같은 수법으로 올해 2월까지 820여 차례에 걸쳐 9천400만원의 수입을 냈다.

 

그는 지난 2010년 1월 음식점 주인 이 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구입한 음식물을 먹다가 이를 다쳤으니 치료비를 주지않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26만5,000원을 송금받았으나 음식물을 사지도 않았으며, 이가 다친 적도 없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가 드러나 철창 신세를 지게됐다.

 

경기침체와 불황이 겹치면서 변변치 않은 수입을 가진 소비자들이 억대 연봉에 버금가는 금액을 큰소리와 협박으로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손쉬운 돈벌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입어본 속옷까지 반품 요구하는 ‘뻔뻔·황당족’

 

예외없이 홈쇼핑도 블랙컨슈머로 속앓이가 심하다. 한 홈쇼핑업체는 특히 속옷의 경우 입었던 속옷을 세탁도 하지 않은 채 반송해 반품을 요구하거나 환불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황당해 했다. 또 이불의 경우에는 머리카락, 먼지 등이 묻어 있고 심지어 한 번 세탁을 했지만 반품기간에 맞춰 반품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백화점도 악성 민원 소비자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 백화점 의류매장 점원은 “A씨가 티셔츠를 환불해달라고 매장을 찾았지만 영수증을 지참하지 않은 채 환불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원칙적으로 영수증이 없으면 환불을 해줄 수가 없어 설명을 하자 매장 내에서 큰소리를 치며 소란을 피워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등 생트집을 잡아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에서 영업에 영향을 주는 사고가 발생하면 경고조치를 받기 때문에 매장 현장에선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기업들 ‘벙어리 냉가슴’만

 

기업들은 이 같은 블랙컨슈머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기업이미지 하락의 요인이 될까 두려운 나머지 지나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채선당, 파리바게뜨 등은 이러한 블랙컨슈머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자신을 임산부로 밝힌 한 소비자가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에서 종업원에게 폭행당했다"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리면서 비도덕적인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 손님들이 줄면서 영업피해가 적지 않았다. 나중에 임산부가 블랙컨슈머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임산부를 폭행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이미지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된 이후였다.

 

파리바게뜨도 지난해 경쟁사가 악의적으로 빵에 쥐를 넣은 후 인터넷에 배포해 한 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유통경로 등 혼입된 과정을 파악하기도 전에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올리면 그 피해는 기업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데 그 제보가 거짓이라고 밝혀지더라도 이미 기업이미지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된다”면서 “그 피해는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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