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선방식 '나홀로 용인술' 해부
박근혜 인선방식 '나홀로 용인술' 해부
  • 김명재
  • 승인 2013.01.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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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뉴스=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깜짝 용인술'이 연일 정치권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인선 자체는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다. 인선의 배경이 무엇인지, 언제 인선을 결정했는지, 추천인은 누구인지 당선인의 의중을 전달해야 하는 수석대변인조차 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정했으니 끝이라는 '박근혜식 용인술'에 문제점은 없을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첫 인선을 발표했다. 인수위원장에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임명됐다. 김 전 소장은 소아마비를 딛고 헌재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그동안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챙겨온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깜깜이 인사

박 당선인은 또 인수위 산하에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먼저 국민대통합위원장엔 선대위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을 맡았던 DJ 비서실장 출신의 한광옥 전 의원이, 수석부위원장 역시 야권에서 전향한 김경재 전 의원이 임명됐다.

부위원장단에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 등 박근혜 선대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임명됐다.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엔 선거 기간 박 당선인의 청년특보를 맡았던 김상민 의원이 임명됐다. 위원엔 정현호 전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의장,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이사,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등이 임명됐다.

현직기자인 이종식 채널A 기자 역시 청년특별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KBS <남자의 자격>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박칼린 킥뮤지컬스튜디오 예술감독이 청년특별위원으로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윤창중 수석대변인
▲윤창중 수석대변인
일단 인선 자체는 무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박 당선인의 인선스타일이다.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선을 발표한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카메라 앞에서 밀봉된 봉투를 뜯으며 "인사는 보안이 중요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연말 시상식 발표 하나?"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발표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인수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국민대통합위원회·청년특별위원회의 위상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 관계를 설명 드리기엔 아는 정보가 없다"고 윤 수석대변인은 답했다. 인선기준 가운데 '애국심' 항목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후 인수위원 발표 시기도 "(박 당선인이) 밀봉해서 주시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당선인의 입이라는 수석대변인조차 종이에 적힌 내용 외엔 사실상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대변인단과 당 지도부조차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인선을 어디까지 발표할지, 몇시에 발표할지를 알지 못했다.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인재 뽑는 것인데
"내가 정했으니 끝" 인선 배경 아무도 몰라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도대체 왜 이런 '밀봉인사'를 실시한 것일까? 사실 박 당선인은 이미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ㆍ11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인사에 관해 철저한 보안유지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때문에 이번 밀봉인사 역시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정치전문가들은 철통보안 인사에 대해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여론에 휘말리다 보면 대통령이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실세 중 누가 인사에서 힘이 있다고 나오면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게 되고 그러면 임기 시작부터 측근들의 비리연루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박 당선인이 철통보안 인사를 선호하는 이유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인재를 뽑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인사를 잘하는 것이 최종 목표일 텐데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식 나 홀로 인사'에 대해 당내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수석대변인조차 인선 배경과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인사인지 의문이다. 내가 지명했으니 끝이라는 식의 인사는 자칫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겪었던 소통부족 논란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김용준 인수위원장

특히 전문가들은 나 홀로 인사는 자칫 인재풀을 좁히고 검증이 부실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아무리 주위 측근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도 추천 인재풀은 고만고만한 것이 아니냐? 박 당선인과 측근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인재가 있는데 보안에만 신경쓰며 소통을 단절함으로써 인재풀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인선 대상자들을 검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언론검증이나 여론검증이 가장 정확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소신인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우려하는데 결국 선택은 당선인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이러한 인사스타일은 벌써부터 후폭풍을 맞고 있다.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왔던 대통합 인사와 관련해서는 절망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 전문가는 "사실 대통합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되어 왔던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동서화합이라는 취지로 영남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박 당선인의 이번 대통합 인사는 15년 전 김 전 대통령이 했던 실수를 답습하는 수준이라 참담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논란 자초

게다가 과거 막말논란을 겪은 윤창중 수석대변인과 김중태 전 위원장, 김경재 전 의원을 기용함으로써 박 당선인 스스로 야권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실수들은 결국 나 홀로 인사, 밀실인사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인사에서 깜짝스타일, 비밀주의, 기습작전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여야가 상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기 전에 야당과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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