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할인 효과?” 은평뉴타운 미분양 ‘떨이’
“2억할인 효과?” 은평뉴타운 미분양 ‘떨이’
  • 서영욱
  • 승인 2013.01.28 15: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세라도 빈집 차는 건 좋지만···” 주민들 한숨의 이유는?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은평뉴타운 미분양 해소가 100% 달성을 앞두고 있다.

 

28일 SH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614가구 물량 중 현재 남은 물량은 5~6가구 가량. 서울시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후 2개월만이다. 부실한 입지조건으로 수요 자체가 없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를 불식시키며 거둔 값진 성과이기도 하다.

 

앞으로 빈집에 사람들이 들어차면서 인근 지역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지 주민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계약된 총 600여 건의 계약 중 500여 건 이상이 분양조건부 전세다. 이 계약은 전세로 2년을 살아본 뒤 집을 사지 않아도 위약금 없이 이사를 갈 수 있다. 기존 건설사들이 내세웠던 분양조건부 전세는 고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또 서울시가 주변 전세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고 계약금 10%, 잔금 90% 납부를 조건으로 걸면서 계약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사람이 몰렸다.

 

결국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2억 할인’ 효과는 미미했다. 실제로 2억원의 혜택을 받으려면 금액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한다. 일시불의 경우 전용 101㎡형은 5,660만원, 전용 134㎡형은 1억2,000만원~1억5,000만원, 전용 166㎡형이 1억7,000만원~2억1,000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6억원~1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는 수요자들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미분양 주택의 집값은 134㎡형이 6억7,000만~8억6,000만원, 166㎡형 8억1,000만~10억7,000만원선이었다.

 

현지 공인중계업자는 “현금으로 6억원~10억원을 낼 수 있는 자산가들이 굳이 인프라가 부실한 은평뉴타운으로 이사를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추가 가격하락도 우려되고 있어 투자자들도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시납 잔금 유예 분양계약자나 할부납 분양 계약자는 각각 101㎡형이 1,000만원, 134㎡형은 3,800만원, 166㎡형은 5,000만원 할인에 그치고 있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급등하는 전세난 탓에 도심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은평뉴타운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팀장은 “집값은 떨어지고 전세값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집을 구입하는 것보다 일단 살아보고 결정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집거래 ‘뚝’ 기존 입주민들만 ‘죽을 맛’

 

요란한 2억할인 홍보 탓에 선착순 분양 대상이 아닌 기존 아파트들은 거래가 뚝 끊겼다. 미분양 아파트를 2억이나 할인해 준다는 이야기에 쉽게 매물을 내놓지도 못하는 상황. 전세도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최근 보기 드물게 전세값도 내렸다.

 

은평뉴타운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24~34평 급매물만 일부 거래되고 있을 뿐 대형 평수는 거래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문의조차 오지 않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서울시의 2억할인 분양이 시작된 작년 11월에 비해 24평형의 경우 5~6,000만원, 34평형의 경우 1억원 가까이 집값이 떨어졌다”며 “기존 입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분양조건부 전세로 입주한 500여 세대가 2년 후 은평뉴타운을 빠져나가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위험 부담을 서울시가 떠 안은 셈이다.

 

2007년 현지에 집을 구입한 김 모씨(52세)는 “일단 사람들이 들어오면 상권도 활성화되고 교통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분양조건부 전세로 들어온 사람들이 나가기까지 최소 2년간은 집값은 계속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지부진한 인프라 건설도 문제다. 구파발역 맞은편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초대형 복합상업시설 ‘알파로스’는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알파로스가 무산되면 입주민들은 차로 10분 거리인 불광동이나 연신내역 일대의 상권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내세웠던 지하철 연장 공약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분위기다. 구파발역과 몇몇 버스 외엔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지구를 관통하는 통일로는 일산, 파주 일대에서 밀려오는 차량으로 상습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고양 삼송지구에 이어 원흥지구, 지축지구까지 줄줄이 입주하면 교통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