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것질거리도 팔지마"…영세 문방구 상인들 '죽을 맛'
"군것질거리도 팔지마"…영세 문방구 상인들 '죽을 맛'
  • 남라다
  • 승인 2013.03.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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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골목 진입과 '준비물 없는 학교'·'식품 판매 금지' 정책에 '이중고'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등하굣 길에 학교 앞 문방구에 들려 사먹는 100원, 200원짜리 군것질거리를 고르는 재미가 솔솔한 건 학교를 다닌 이들이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이렇듯 소소한 즐거움을 더이상 문방구를 통해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학교 앞 문방구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데다 식품의약품안정처가 청와대에 문방구의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냈기 때문이다.

      

27일 양승조 의원(민주통합당)을 비롯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학습준비물 생산유통인협회 임원 등은 10여명과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가 지난 20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학교 안전지역 내 문방구점에서 식품 판매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날(26일)에도 이로 인해 문방구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왔다.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시민단체들과 함께 생존권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 문방구에서는 '준비물 없는 학교 만들기' 정책 등으로 문구와 완구용품이 전혀 팔리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그나마 장사가 되는 식품마저 판매행위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쯤되자 문방구 상인들이 "아예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문방구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의 주장대로 정부의 정책을 앞세운 중대형 할인점이 골목으로 진입하면서 문방구점들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는 문방구의 수가 줄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전국 문구 소매점 수를 조사한 결과 1999년에 약 2만7,000개에 달했던 문방구가 2009년에 약 18,000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34%에 이르는 9,000여개 문방구가 폐업한 셈이다. 폐업한 곳들은 대다수 영세한 문방구라는 게 업계 상황을 분석한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의 설명이다.

 

참여연대 등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연합체인 국민운동본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구 도매업이나 프랜차이즈 사무용품은 오히려 그 수가 증가했다"며 "사라진 문구소매점의 다수가 바로 영세한 학교 인근 문방구라고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방배초등학교 앞 문방구 상인들은 문구와 완구용품은 잘 팔리지 않은지 오래 전으로, 100원, 200원짜리 과자 등을 판매해 장사를 연명해 오고 있는데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의 '준비물 없는 학교 만들기' 정책에 학생들이 도화지나 찰흙, 교재 등을 학교에서 나눠주기 때문에 문방구를 찾을 일이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정부 방침에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최근 식약처의 문방구 식품 판매행위 금지 계획에 상인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동네슈퍼는 정부 우산 아래 있게 됐지만, 정작 동네상권 중 하나인 문방구는 정부 정책때문에 여기저기서 장사를 못하겟다는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방배초교 앞에서 40년째 문방구를 운영해 오고 있는 정모(70세)씨는 "오늘도 도화지와 600원짜리 노트 한권 밖에 팔지 못했다"며 "장사를 접을까 하는 생각이 근래 자주 든다. 벌써 몇 달째 자식들한테 손을 벌려 월세를 내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문구 판매는 준비물 없는 학교 만들기 정책으로 잘 팔리지 않는 상태에서 이번 식약처의 식품 판매 금지는 결정타다"며 울상이다.

 

근처에서 20년째 중앙문구사를 운영하는 양모(50대 초반)씨는 이날 오전 1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양씨는 문방구 매출이 시원치 않자 가게 절반을 할애에 프랜차이즈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아진 건 없다. 지난달 월세 50만원도 못내고 있다. 하루 2만원 벌이도 못하는 날도 허다해 근심이 가득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정부에서 시행하는 미소금융대출을 신청했다가 이마저 거절됐다. 건강보험료가 10만원 이상일 경우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댈 곳이 없는 현재로선 상태로 앞날이 깜깜하다.

 

◆ 기댈 곳 없는 문방구 사장님들 '죽을 맛'…"울고 싶어라"

 

방배초등학교 앞에는 3곳의 문방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 근처에 중형마트와 다이소 등지에서 노트와 펜 등 문구를 판매하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학교에서 대부분의 준비물을 나눠주고 있어 문방구에서 살 필요가 없어진 것도 상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상인 양씨는 "정부는 중·대형마트에서 문구를 팔게 놔두면서 학교앞 영세 문방구에서는 식품 판매를 금지할 계획을 세웠다"며 금지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열린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식약처의 식품 판매행위 금지 방침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방기홍 학습준비물 생산유통인협회장은 "최근 식약처가 불량식품 근절의 일환으로 학교 인근 문방구들에게 식품 판매를 금지 시키겠다는 문방구 산업 자체를 퇴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건강에 유해한 불량식품은 당연히 사라져야 하며, 이미 수많은 단속과 자정노력으로 인해 많이 사라지고 없다”며 “왜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묶음 상품은 안전한 식품이고, 문방구에서 팔리는 낱개 상품은 왜 불량식품이란 누명을 써야 하냐"고 반발했다.

 

국회에서도 불량 식품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식품 판매행위 금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관련 법 개정 시 문제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승조 의원은 양승조 의원은 “아무런 대책 없이 식품판매 금지만 강조하는 것은 문방구 업주를 사지로 몰아내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관련 법안 개정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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