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산 주범 ‘도시공사’, “못먹어도 GO?”
지자체 파산 주범 ‘도시공사’, “못먹어도 GO?”
  • 서영욱
  • 승인 2013.03.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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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개발공사 등 파산 위기 속 기초지자체들 설립 추진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SH공사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대부분의 도시공사가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시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H공사의 지난해 순손실은 5,354억원. 무리하게 추진한 PF사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택지매각 부진 등이 큰 이유다. 주요 내역은 △은평 알파로스 PF사업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3,002억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유가증권 손상평가 490억원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 1,011억원 등이다.

 

SH공사는 이번 결산을 바탕으로 사업구조조정과 조직재편 등 경영혁신을 단행할 계획이다. 긴축경영의 일환으로 임원 연봉 20% 감액, 팀장급 이상 간부는 성과급을 반납해야 한다. 또 사옥을 매각해 이전할 예정이다.

 

8조원의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인천도시공사도 대규모 자산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 자산은 최대 3조 4,320억원. 감정가 기준으로 투자유치용지 3건 1조 9,000억원과 아파트 사업용지 6건 8,100억원 등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지난해에도 1조 2,318억원의 자산 매각에 나섰으나 실적은 40.2%인 4,954억원에 그쳤다. 가결산 결과 인천도시공사의 지난해 말 채무는 7조 7,672억원(부채비율 362%), 당기순이익은 -448억원으로 추정됐다. 인천도시공사는 경영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 실제로 파산이 검토되고 있다. 강원도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알펜시아리조트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강원도개발공사의 청산을 검토 중이다.

 

강원도는 2011년 7월 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지난해에만 현금 300억원과 자산매각분 790억원 등 1,240억원을 쏟아부으며 분양률 올리기 등에 안간힘을 썼으나 분양률은 26.3%에 머물고 있다. 올해도 지방공사채 5,6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만기 공사채를 갚지 못해 회사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경기시설의 안정적 확보·운영을 보장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오투리조트의 경우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접근성과 경쟁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누적채무가 3,300억원에 달해 태백시의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 오투리조트의 누적채무는 태백시의 한 해 예산(2,7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불어나, 공사 측은 직원들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화성도시공사는 전곡해양산업단지 등 분양 부진으로 3년 연속 적자에 빠졌고 울산도시공사, 전남개발공사, 용인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도 심각한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 ‘혈세’ 줄줄 새도 유행처럼 번지는 도시공사 설립

 

현재 130여 개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49조 4,000억원.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 27조 7,000억원에 비해 78%나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지자체만 6곳. 경기도 성남과 광명, 구리, 안성 등이, 경남에서는 창원에 이어 김해시도 내녀 1월 출범을 목표로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역 개발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서는 공사 설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시는 위례신도시, 광명시는 KTX광명역세권, 구리시는 월드디자인시티, 안성시는 택지 개발을 위해 도시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도 3개 시 통합 이후 도시공사 설립 요구가 많아 졌고 김해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체기관이 사업을 추진하면 개발 이익의 역외 유출을 막고, 재투자를 통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도시개발공사 부채비율이 전체적으로 300%에 이르고 있다.

 

특히, 공사 체제로 갈 경우 의회의 견제를 거치지 않아 자치단체장의 성과내기 공약사업을 수행하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심성 공약사업이 남발되면서 공사의 경영부실과 동시에 지자체에 심각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남시의 경우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놓고 시와 의회가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시장의 선심성 공약이라며 의회에서 반발이 극심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공사 중 절반이 넘는 6개 공사가 적자를 내고 있다”며 “미래 사업전략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당장 눈에 보이는 지역사업만을 위해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주민들의 혈세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도시개발공사의 무리한 추진은 부채급증과 도시 재정의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도시개발공사 설립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을 설립하고서 충분한 타당성 검토없이 수익사업에 나서는 것을 막고자 설립검토 단계부터 전 과정을 공개토록 하는 ‘지방공기업 설립 운영기준 개정안’을 각 지자체에 내려 보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방공기업을 설립하려는 지자체는 설립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와 주민공청회 결과, 1·2차 시·도 협의결과, 설립심의위원회 위원 위촉결과 등 공기업 설립절차의 모든 과정을 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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